"혼자 늙어 죽는 게 두려워서"...노부부를 입양한 중년 부부

입력
2024.04.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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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제프 게버 '솔로 에이저'

남편은 패혈증으로 병원에 실려 갔다. 아내는 치매를 앓고 있다. 80대 부부는 안전을 서로에게만 의지할 수 없다. 생사의 기로에 섰을 때 연명 치료 여부 등의 결정을 할 사람이 당장 필요했다. 자식이 없는 부부는 각별했던 이웃의 중년 부부에게 후견인이 돼 달라고 부탁했다. '젊은' 부부는 노부부를 '입양'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중년 부부도 겪을지 모를 미래라 여겼기 때문이다.

책 '솔로 에이저'(혼자 살며 늙어가는 사람)는 미국에서 자녀 없이 살기로 한 부부나 1인 가구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가족에게만 의지해 나이를 들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는 위기의식에서 대안을 찾자는 취지다.

미국의 상담과 조직 행동 분야 전문가인 저자 사라 제프 게버는 독립적으로 지속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 중요한 요소로 '관계의 확대'를 꼽는다. 친족, 친구뿐 아니라 이웃 등 지역사회 네트워크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 노인과 청년의 주택 공유도 방법이다. 노인들은 곤경에 처했을 때 집에서 고립되지 않을 수 있고 경제력이 취약한 청년은 보금자리를 얻을 수 있다. '솔로'들의 공존을 위해선 세대 간 결속이 선행돼야 한다. 대리처방 범위를 친족으로 제한하는 의료제도도 보완돼야 한다. 책은 솔로 에이저 시대의 걸림돌을 짚고 제도와 인식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당사자의 노력도 필수다. 돌봄 등을 공유하는 협동 커뮤니티 조성 등에 나서야 한다. 실버타운 입주는 부유한 솔로 에이저들에게나 가능하다. 미국 사회를 기반으로 한 홀로 살기 탐구와 비전 제시지만, 1인 가구와 아이 없이 살기로 한 부부가 늘고 있는 국내 현실과 맞물려 참고할 대목이 적잖다.



양승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