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대구만 110㎞'... 총선 앞두고 철도 지하화 구상 공개

입력
2024.04.04 15:00
16면
국토부 참여한 민·관·학·연 협의체 출범
주요 지자체 검토하는 지하화 구간 공개
건설업계 "민간 개발 유도하기 어려워"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전국적인 철도 지하화 구상을 공개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체적으로 검토하는 사업안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하는 협의체까지 출범시키며 분위기를 띄우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는 4일 전국 16개 광역 지자체와 연구기관, 철도기술·도시개발·금융 등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추진 협의체’가 출범했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지역별 지하화 공법 △지하화 상부 개발 방향 등을 논의한다. 국토부는 지자체의 사업 제안을 받아 12월 1차 선도사업 대상지를 지정할 계획이다.

이날 국토부가 공개한 철도 지하화 검토 구간은 전국적으로 552㎞에 달한다. ‘지자체가 구상 중인 내용으로 정부 검토 과정에서 사업대상과 구간이 변경될 수 있다’는 조건을 걸었지만 사실상 도심 개발을 방해하는 철도라면 물망에 오른 셈이다. 지역별 검토 구간은 경기가 8개 노선 360㎞로 가장 길고, 서울(71.6㎞) 대전(36㎞) 대구(20㎞) 부산(19㎞) 광주(14㎞) 인천(13㎞) 경남(3㎞)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구체적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건설업계에서조차 최근 발표된 각종 개발 계획들이 ‘총선용 공약’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제시한 철도 지하화 계획은 같은 내용이다. 철도를 매립한 땅을 개발해 재원을 충당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공약도 '철도 상부-주변 통합개발'로 비슷하다.

이에 대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총선 공약 분석 보고서에서 ‘여야가 내세운 각종 개발 사업은 장기 표류하거나 공수표 사업화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재정을 건전하게 운용한다는 기조를 세운 만큼, 대규모 재정 투자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철도 상부를 개발해 재원을 충당한다는 구상도 실현이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연구원은 도로·철도 지하화 사업비를 50조~80조 원으로 추정하고 ‘상부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한 민간 개발 유도는 현시점에서 활성화를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전망했다.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벌이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민호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