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일보는 2021년 ‘중간착취의 지옥도’ 기획 보도 이후, 중간착취방지법 입법을 위해 노력해왔는데요. 21대 국회가 끝나가는데도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 중간착취방지법은 전혀 심의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간착취방지법은 용역·파견과 같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원청이 정한 임금을 다 주지 않고 하청업체가 착복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금 전용계좌를 도입해서 원청이 임금을 직접 주도록 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지요. 현재는 최저임금만 주면 중간에서 아무리 착복해도 불법이 아닙니다.
오는 5월 21대 국회가 끝나면 중간착취 방지법안도 함께 폐기됩니다. 그렇다면 다음 국회에선 다시 추진이 될 수 있을까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의 정책공약집을 살펴봤습니다.
여당인 국힘의 공약을 먼저 살펴보았지만, 국힘의 공약집에는 중간착취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습니다.
그럼 민주당의 공약집을 볼까요. ‘민생회복’ 분야 24번째 과제 중 하나로 ‘간접고용 노동자 보호 패키지 입법 제도화’가 있네요. ①용역 등 하도급 근로관계에서 인건비 구분지급 및 확인제 도입, ②파견근로계약에 파견수수료 명시 및 상한 설정 도입, ③원청에 의한 동일업무 용역업체 변경 시 간접고용 노동자 고용승계 의무화가 공약으로 제시됐습니다.
정의당도 노동 분야 세부공약에서 중간착취 구조 근절을 약속했습니다. 임금의 구분지급, 지급확인제 민간건설공사, 제조하도급까지 전면 확대를 내걸었습니다.
정의당은 용역과 파견을 따로 구분하지 않았고 민주당은 용역과 파견을 분리해서 다른 접근법을 제시했는데요. 사실 업종별로 합리적인 파견 수수료 상한을 일일이 정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용역 중간착취 방지 해법처럼 원청이 정한 인건비를 전용계좌로 지급하는 방안이 더 간단하고 적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되는 법안을 지켜봐야겠네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중간착취방지법 심의에 동의를 하지 않고 있지만, 여당 박대수 의원은 공공부문의 중간착취 방지 법안을 발의하는 등 국힘 내부에서도 필요성을 인정하는 목소리가 존재합니다.
특히 현 정부는 조선업계의 임금체불과 중간착취를 막기 위해 ‘전용계좌’를 통한 하청 노동자 임금 지급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부터 조선업 원하청 상생협약 체결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주요한 성과 중 하나가 조선 5개사의 하청 인건비 에스크로 지급제도 도입입니다.
원청이 하청노동자 임금을 하청업체에 주지 않고 은행 등 3자에게 예치하고, 하청업체가 급여명세서 등을 작성해 지급을 요청하면 에스크로 계좌에서 노동자에게 바로 입금하는 방식입니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2016년 도입했는데 이번에 조선업 전반으로 확대시킨 것이죠. 삼성중공업이 올해 상반기 중 에스크로 제도를 전면 도입하면 조선 5사 모두 제도 도입이 완료된다고 합니다.
물론 원청에서 주는 기성금(도급비) 자체가 낮고, 그나마 제때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임금체불 등을 막는데 한계는 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최소한 지급된 인건비를 하청업체가 중간에서 착복하는 현상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건설업은 관급공사에 한해 건설노동자 임금을 하청업체가 떼어먹지 못하게 직접 지급(건설산업기본법 34조 9항)토록 하고 있습니다.
조선업과 공공건설에서 시행되고 있는 간접고용노동자 임금 직접 지급이 다른 분야에선 안 될 이유가 있을까요.
중간착취방지법 입법을 통해, 수많은 분야의 용역·파견 노동자들도 혜택을 받을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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