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판결을 받아 KBS에 복직한 이은주 아나운서가 ‘일반 아나운서와 같은 근로조건을 인정받고 싶다’며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프리랜서였던 이씨는 KBS로부터 일방적 계약만료를 통보받은 뒤 소송에서 승소해 지난달 복직했다. 대법원이 비정규직 방송 직원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첫 사례였는데, ‘동일한 근로조건’ 확보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3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KBS에서 해고됐던 이씨는 무기계약직 처우를 받으며 KBS원주방송국에 복귀했다. 다른 정규직 아나운서는 ‘일반 4직급’에 속해 있는데, 이씨는 임금과 복지 등에서 차이가 나는 무기계약직 대우를 받은 것이다. 지난 1월 대법원은 이씨의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씨는 “무기계약직 대우는 판결 취지에 어긋난다”며 서울남부지법에 2차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의 변호를 맡은 류재율 법무법인 중심 변호사는 “이씨는 명백하게 KBS에서 아나운서 업무를 수행했고 법원으로부터 KBS 근로자로 인정받았다”며 “그럼에도 임금이 현저히 낮은 무기계약직 지위를 준 것은 ‘동종·유사 근로자와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현행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류 변호사는 “소송을 제기했다는 괘씸죄에 따른 보복이자 차별에 의한 인격권 침해”라고도 했다.
KBS측은 대법원 판결을 충실히 따랐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기간제 근로자법에 따라 KBS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이며, 이는 무기계약직에 해당한다는것이다.
이씨는 KBS에 복귀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5년 11월 KBS강릉방송국 기상캐스터로 입사한 이씨는 2018년 6월부터 이 방송국에서 뉴스 진행 업무를 맡았다. 같은 해 12월부터는 KBS춘천방송국에서 TV·라디오 뉴스를 진행했다. 그 후 KBS춘천방송국이 신입사원을 채용하며 이씨에게 ‘계약만료’를 통보했다.
이씨는 이에 반발해 ‘근로자 인정’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전 끝에 올해 1월 "KBS의 근로자로 확인한다"는 판단을 받아 승소했다. 이씨가 KBS의 방송편성표에 따라 정규직 아나운서들과 같은 업무를 수행했고, 평일에도 강릉·춘천방송국에 출근해 방송 및 당직 근무를 소화했으며, 기간제법이 제한하는 기간인 2년을 넘게 KBS에서 일한 점 등이 고려됐다. 소송을 제기한 지 4년 만의 승소다.
대법원이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은 이씨가 처음이다. 하급심에서는 비정규직 방송 노동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추세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2월 EBS 프리랜서 아나운서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했고, 2022년 7월에는 MBC에서 10년간 일한 작가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KBS는 이씨와의 추가 소송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