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에 반발해 업무거부 중인 전공의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만남이 성사된다면 꽉 막힌 의정 갈등을 풀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이 더 열린 자세를 보여야 하며, 전공의들도 책임감을 가지고 대화에 응해야 한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그제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의료계 단체들이 많지만, 집단행동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은 누구보다 대화에 진심”이라며 “의료 개혁을 위해서는 의료진과의 적극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고, 그런 차원에서 전공의에게 손을 내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윤정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홍보위원장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표에게 “윤 대통령이 마음에 들든 안 들든 박 대표를 초대한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 보라”고 했고, 이에 윤 대통령이 대화 제의로 화답한 것이다.
지금의 의료 공백이 전공의들의 업무 거부에서 시작된 만큼, 대통령과 전공의들이 만나 담판을 짓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양측 다 유연한 자세가 아니라면, 오히려 갈등만 증폭시킬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1일 대국민 담화에서 증원 규모 조정 여지를 비치면서도, 정부 입장의 당위성을 재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런 식이라면 직접 만나서도 실효성 있는 타협안이 나오기 어렵다.
전공의들도 마찬가지이다. 의대 증원의 필요성조차 부인해서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전공의·의대생 1,581명이 응답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64.1%는 정원 감축을 원했고 31.9%는 현 정원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심각한 의사부족을 체감하고 있는 국민들과는 동떨어진 시각이다. 전공의들도 증원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정부와 열린 토론을 벌여야 답이 나올 수 있다.
윤 대통령이 대화를 제의한 뒤 아직까지 대전협에서 이렇다 할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전공의들이 전향적으로 의견을 모을 수 있도록, 정부뿐 아니라 병원장과 교수들이 나서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