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에 투자된 나랏돈 세계 2위... 매년 100억달러씩 썼다

입력
2024.04.03 15:00
미국 기후환경단체 오일체인지 인터내셔널 조사
2020~2022 40조5000억 원 해외 화석연료에 투자
청정에너지 투자는 화석연료의 13분의 1에 그쳐

우리나라 공적금융기관의 화석연료 투자 규모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재생에너지 등 청정에너지에 투자하는 규모는 화석연료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미국 기후환경단체인 오일체인지 인터내셔널(OCI)이 3일 공개한 화석연료 금융 상위 5개국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20~2022년 우리나라는 총 300억 달러(약 40조5,000억 원), 연평균 100억 달러(약 13조5,000억 원) 규모의 공적금융을 국제 화석연료 사업에 지원했다.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한국정책금융공사, 한국국제협력단 등 5개 기관의 투자액을 합산한 수치로, 5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금액이 크다.

2018~2020년 투자분을 집계한 지난번 조사와 비교하면 한국 공적금융기관의 화석연료 투자 규모는 연평균 71억 달러에서 40%가량 늘었다. 투자액 순위도 지난번 3위에서 한 단계 올랐다.

이번 조사에서 투자 1위국은 연평균 110억 달러(약 14조8,500억 원)를 쓴 캐나다이다. 다만 캐나다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주도하는 ‘청정에너지 전환 파트너십(CETP)’ 서명국으로서 2022년 말 화석연료에 대한 공공재정 지원 종료를 선언한 터라 향후 투자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조사에서 1위(연평균 105억 달러)를 차지했던 일본은 연평균 지원액이 70억 달러(약 9조5,000억 원)로 크게 줄어 3위가 됐다.

한국 공적금융기관의 화석연료 투자는 84%가 가스에 집중됐다. 대부분 액화천연가스(LNG) 운송 사업 관련 투자다. 석탄 투자는 6%였다. 2021년 정부는 신규 석탄발전사업에 공적금융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반면 태양광·풍력 등 청정에너지에 투자된 공적금융은 연평균 8억5,000만 달러(약 1조1,475억 원)로 화석연료 투자의 13분의 1 수준이었다. 석탄 투자 감소가 청정에너지 투자로 이어지는 대신 가스·석유 사업 확장에 쓰인 것이다. 일본의 청정에너지 투자는 연평균 23억 달러로 한국보다 3배 많았다.

공적금융의 화석연료 투자가 계속된다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대응은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석유가스팀장은 “선진국 중 석유와 가스에 대한 공적금융 투자 중단을 고려하지 않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화석연료에 관성적으로 공적금융을 투입한다면 국내 청정에너지산업 경쟁력은 다른 국가에 뒤처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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