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불참하면서 제주 4·3단체와 정치권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일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2년 연속 불참하며 제주도민께 큰 실망과 상처를 안겼다"면서 "희생자를 위로하고 유족의 상처를 보듬기를 거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동료 시민'을 그토록 강조해온 한 위원장의 불참이 매우 유감스럽다. 제주도민은 정부·여당의 동료 시민이 아닌가"라며 "망언으로 4·3 폄훼한 태영호, 조수연, 전희경 후보를 공천하고 제주시민 앞에 설 자신이 없었나"라고 비판했다.
김수영 녹색정의당 선임대변인도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23차례 민생토론회를 빙자한 선거운동과 (한 위원장의) 수십 번 유세장에서 외친 '국민을 섬기겠다'는 약속이 진심이었다면 추념식에 참석하는 것이 마땅했다"며 "슬퍼하는 국민을 위로하지 않는 정부를 지지할 국민은 없다"고도 비판했다.
개혁신당도 논평을 통해 "집권 여당이 4·3의 비극을 경시하고 애도하는 최소한의 시도조차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진보당도 "이유도 없이 추념식에 보이지 않는 대통령과 아무리 총선이 급하다지만 국가 폭력으로 인해 제주도민 전체의 아픔이 된 날을 저버리는 여당 대표의 무도한 모습에 참으로 분노스럽다"고 저격했다.
제주 4·3 희생자 유족회 등으로 구성된 제주 4·3기념사업위원회는 전날 성명에서 "정부·여당의 태도에 매우 큰 충격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4·3 추념식마저 외면하는 국민의힘을 규탄한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그동안 4·3 추념식에 대통령과 달리 여야 각 정당 대표들이 불참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특히 선거운동 기간 단 한 번도 제주를 찾지 않은 한 위원장이 4·3 추념식까지 참석하지 않은 것은 제주도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마저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도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보수정당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4·3 추념식에 참석해 '국가의 책임과 치유', '유가족들의 명예회복'을 약속했다"면서 "그런데 정작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2년 연속으로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역사적인 참극에서 희생되신 분들을 기리고 다시는 이런 무자비한 국가 폭력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역사적인 다짐의 자리"리며 "이념과 진영에 따라 입장을 달리할 수 없는 사안이다. 정부·여당의 입장이 바뀌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추념식에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대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윤영덕·백승아 더불어민주연합 공동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한 위원장을 제외한 여야 주요 지도부들이 참석했다.
이날 지역 유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추념식에 불참한 한 위원장은 "4·3 희생자분들을 마음 깊이 추모한다"며 "추모하는 자리에 함께하고 있어야 마땅하나, 지금 제주에 있지 못한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