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다시 "자영업자·특고도 육아휴직"... 재원은?

입력
2024.04.03 16:30
8면
주요 정당들 앞다퉈 '육아휴직 대상 확대' 공약
고용보험서 지급하는데 가입률 낮고 보장 안 돼
연간 수천억 원 더 드는데 재원 마련 논의 실종

"아이가 한창 돌봄이 필요한 나이임에도 가계와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부모님들을 위해 자영업자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하겠다."(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 1일 부산 사상구 유세 발언)

4·10 총선을 앞두고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여야 할 것 없이 육아휴직 급여 대상을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자영업자 등으로 확대한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다만 '선심성 공약(空約)'으로 남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향과 사각지대 해소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의 '저출생 공약 분석'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녹색정의당 등 정당들은 특고 노동자, 자영업자 등을 포괄하는 보편적인 출산·육아 정책을 내놨다. 그 핵심인 '육아휴직 급여 대상자 확대'는 문재인 정부 때부터 꾸준히 논의됐지만 결론이 나지 않다가, 이번 총선을 맞아 각 정당이 앞다퉈 관련 정책을 다시 띄우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육아휴직·출산휴가 급여는 고용보험 기금으로 지급된다. 고용보험에 의무 가입되는 근로자는 혜택을 보지만, 자영업자, 특고, 플랫폼 노동자, 예술인 등 고용보험 미가입자는 사각지대에 놓이는 구조다.

민주당은 '아이 가진 부모 누구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보장'을 추진한다고 했고, 국힘은 '특고 등 고용보험 미가입자에 2025년 일·가정 양립제도 도입'을 공언했다. 직장갑질119 설문조사 결과, 시민들도 저출생 해법으로 '자동 육아휴직 제도 도입'(27.5%), '노동시간 단축'(26.4%)과 더불어 '특고·자영업자 등을 포괄하는 보편적 출산·육아 정책'(11.7%)을 꼽았다.

문제는 구체적인 추진 방식과 재원 마련 방안이다. 한 위원장의 '자영업자 육아휴직 도입' 발언에 대해 국힘은 "우선적으로 고용보험 '임의가입' 확대를 통해 격차를 해소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2022년 자영업자 0.77%, 플랫폼 노동자 46.4%에 불과한 고용보험 가입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제도상 자영업자나 특고는 고용보험에 가입해도 육아휴직 급여는 받을 수가 없다. 플랫폼노동희망찾기는 "그나마 본인 출산휴가는 보장되나 육아휴직도, 배우자 출산휴가도 부정되는 상황"이라며 "수백만 플랫폼·특고 노동자의 모성보호 권리를 부정하고서 어떻게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냐"고 꼬집었다.

이정훈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우선 자영업자, 특고도 고용보험 가입을 선택이 아닌 의무화해 '전 국민 고용보험'을 추진해야 한다"며 "다만 실업급여도 깎겠다는 마당에 육아휴직 급여가 확대되면 고용보험 기금만으로 감당이 어려울 것이기에 국가 일반회계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책임자는 "고용 여부를 막론하고 누구든 육아휴직을 쓸 수 있으려면 고용보험이 아닌 건강보험 재정으로 지원하는 게 맞다"는 의견도 내놨다. 고용보험 체계 내에서 해결하려면 사업주 부담 증대 등으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공약은 던져졌지만 정작 중요한 '비용'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실종된 상태다. 국힘이 '저출생대응특별회계'를 신설해 필요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한 정도다. 202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육아휴직 급여를 특고로 확대 시 연 463억~767억 원(2023~2027년 총 3,014억 원)이, 자영업자로 확대 시 연 3,777억~5,000억 원(같은 기간 총 1조1,772억 원)이 더 들게 된다. 올해 육아휴직 급여 예산은 1조9,869억 원이다.

최나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