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렘(REM·Rapid Eye Movement)수면행동장애 환자 뇌파를 이용해 치매·파킨슨병 발병 시기와 유형을 예측하는 머신 러닝 모델을 개발했다.
렘수면행동장애는 노인성 잠꼬대로도 불리는데, 잠을 자는 동안 소리를 지르거나 몸부림치는 행동이 나타나는 수면장애다. 렘수면행동장애 환자의 6%는 치매·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진행된다고 알려졌는데 언제 어떤 유형으로 발병할 지는 예측하기 어려웠다.
정기영·김한준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와 변정익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서울대병원에서 수면 다원 검사를 받은 렘수면장애 환자 233명을 9년간 추적 관찰해 신경퇴행성 질환 발병군과 미발병군으로 구분하고, 이들의 뇌파 특성을 비교·분석했다.
이후 신경퇴행성질환 발병과 연관된 뇌파를 사용해 신경퇴행성 질환 발병까지 걸린 시간을 예측하는 머신 러닝 모델을 설계했다.
테스트 결과, 예측 성능을 나타내는 IBS(낮을수록 우수)와 C-index(높을수록 우수) 수치는 각각 0.113, 0.721로 우수했다.
추가로 연구팀은 발병군의 뇌파만 분석해 렘수면행동장애가 ‘치매(인지 기능 이상)’ 또는 ‘파킨슨병(운동 기능 이상)’ 중 어느 유형으로 진행할지 분류하는 머신 러닝 모델도 설계했다.
그 결과, 예측 성능을 나타내는 AUROC(곡선 아래 면적) 수치는 0.901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퇴행성 질환 발병 시기 및 유형 예측 머신 러닝 모델은 공통적으로 ‘뇌파 둔화’ 관련된 특성의 중요성이 높았다. 뇌파는 저주파(델타파, 세타파)가 증가하거나 고주파(감마파, 베타파)가 감소하면 둔화된다.
신경퇴행성 질환 발병군은 미발병군보다 뇌파가 둔화됐고, 발병군 중에서는 치매가 파킨슨병보다 뇌파가 둔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뇌파 검사로 확인된 느린 뇌파 양상은 신경 퇴행 시작을 의미하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 결과는 대규모 코호트에서 뇌파를 활용해 예측하기 어려웠던 렘수면행동장애 환자의 예후(치료 경과)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 의미가 크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정기영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으로 개발된 신경퇴행성 질환 예측 모델을 활용하면 의료진은 렘수면행동장애 환자 중 치료가 필요한 대상을 조기 선별하고, 환자는 맞춤형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수면(SLEEP)’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