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 나서는 국민의힘 후보들 선거공보물에서 윤 대통령이 사라졌다. 앞다퉈 '힘 있는 여당 후보'라고 강조하면서도, 거센 '정권 심판론'을 의식한 결과다. 윤 대통령이 빠진 선거공보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과 찍은 사진이 대신하고 있다.
2일 한국일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국민의힘 254개 지역구 후보들의 선거공보를 전수조사(미게재 2개 지역구 제외)한 결과, 윤 대통령 사진을 선거공보에 포함한 후보자는 전체의 26.8%인 68명에 불과했다. 특히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는 19.7%(122명 중 24명)에 그쳤다. 대부분 공보물 한편에 작은 사진을 실었을 뿐, 한 면의 3분의 1 이상을 채우는 큰 사진을 쓴 후보는 2명(서울 중랑을 이승환·관악갑 유종필)에 불과했다. 총선에서 유권자들에게 후보들이 가장 상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선거공보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지난달 31일까지 전국 2,400만 가구에 모두 발송됐다.
윤석열 정부 장차관 출신과 당내 친윤석열계 후보들 선거공보에서도 윤 대통령 사진은 찾아보기 힘들다.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냈고, 대통령실까지 지역구에 포함된 권영세(서울 용산) 후보의 경우, 윤 대통령이 나온 사진은 1건이었다. 외교 활동 중 자신이 타국의 정상과 악수하는 사진인데, 윤 대통령은 아웃포커싱됐다. 박민식(서울 강서을) 전 국가보훈부 장관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뒤로 윤 대통령이 살짝 나올 뿐이다. '윤석열 호위무사'를 자처했던 이용(경기 하남갑) 후보 또한 윤 대통령과 함께 걷는 사진 1건만 작게 게재했다. 원희룡(인천 계양을)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방문규(경기 수원병)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선거공보에선 윤 대통령을 찾아볼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접전 양상인 부산·울산·경남(PK) 40개 지역구 후보 중에서는 12명(30%)만 윤 대통령 사진을 선거공보에 담았다. 다만 주진우(부산 해운대갑) 전 대통령실 법무비서관, 조승환(부산 중영도)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은 선거공보에 윤 대통령을 크게 포함시켰다. 대구·경북(TK)에선 25개 지역구 후보 중 19명(76%)이 윤 대통령 사진을 썼다.
반면 국민의힘 후보 254명 가운데 65.4%인 166명은 한 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선거공보에 포함했다. 특히 주목도가 높은 마지막 페이지에 한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싣는 경우가 많았다.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긴 이상민(대전 유성을) 후보의 경우, 선거공보 가장 앞 페이지에 실었다. '찐윤'으로 꼽히는 박수영(부산 남구) 후보는 윤 대통령 사진을 포함하지 않고 주목도가 높은 마지막 페이지에 한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을 지내 '윤핵관'으로 꼽히는 이원모(경기 용인갑) 후보도 윤 대통령 사진은 5페이지에 작게 실은 반면, 한 위원장과 함께한 사진은 마지막 페이지에 "우리가 꼭 이뤄내겠다"는 문구와 함께 크게 담았다.
서울에선 오 시장이 인기가 많았다. 48개 지역구 후보 가운데 한 위원장(32명)보다 1명 적은 31명(64.6%)이 정책협약 사진 등을 게재했다. 실제로 정책 추진 능력이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경기·인천에서도 14명의 후보가 오 시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선거공보에 담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민심에 제일 민감한 게 후보들"이라면서 "지금의 상황이 선거공보물에 상징적으로 반영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