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당선인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우호 강화를 약속했다. 공식 취임(올해 10월)도 하지 않은 당선인과 중국 정상의 만남은 ‘차이나 머니’를 필요로 하는 인도네시아와 동남아시아 우군 확보가 절실한 중국의 이해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2일 자카르타포스트 등에 따르면, 프라보워 당선인은 전날 중국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만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대(對)중국 우호 정책을 계승하고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역 평화와 안보를 보장하는 핵심 파트너”라고도 덧붙였다. 이에 시 주석은 프라보워 당선인을 ‘인민의 오랜 친구’라고 추켜세운 뒤 인도네시아와 포괄적·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경제·해상 협력에 나서겠다고 화답했다.
프라보워 당선인의 방중은 시 주석 초청으로 이뤄졌다. 아직 취임식도 하지 않은 당선인의 해외 방문도, 국가 정상과의 회동도 모두 이례적인 일이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의 경우 당선 직후인 2022년 5월 시 주석과 통화하긴 했지만, 초청은 취임 6개월이 지난 2023년 1월에야 성사됐다.
두 사람의 이례적 만남은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큰 인도네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야 하는 중국의 필요성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은 니켈과 석탄 등 인도네시아 천연자원의 주 수입처이면서 동시에 최대 무역파트너다. 지난해 개통한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 동남아 최대 수상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등 인도네시아 내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도 중국 자본이 상당수 투입됐다.
퇴임을 앞둔 조코위 대통령은 2014년 취임 이후 중국을 7차례 방문했다. 로이터통신은 “프라보워 당선인이 중국을 첫 해외방문지로 정한 것은 지난 10년간 구축한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행보”라고 설명했다.
중국 입장에서도 인도네시아는 놓칠 수 없는 파트너다. 동남아가 미국과 중국 패권 경쟁 각축장이 된 상황에서 지역 최대 인구·경제 대국인 인도네시아 지지가 필수다. 미국과 일본, 필리핀 3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강력한 안보 연합을 추진 중이다.
인도·태평양 지역 주요 해상 교통로에 위치했으면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두고는 필리핀, 베트남보다 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남중국해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인도네시아에 힘을 실어야 하는 중국의 다급한 상황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이날 프라보워 당선인에게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운명공동체 구축에 나서겠다”고 언급한 것도 인도네시아를 발판 삼아 동남아 내 영향력을 늘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운명공동체는 시 주석이 2012년 처음 언급한 것으로, 미국 중심의 기존 세계 질서에 대항하는 새로운 세계관이자 주변국과 개도국을 적극적으로 포섭·결집시켜 중국의 역할과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프라보워 당선인은 3일 도쿄로 건너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과 회담에 나선다. 중국과 일본 사이 ‘균형’을 조금이나마 맞추려는 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