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의과대학 정원 82%를 비수도권에 할당한 것이 우리 위원회의 최대 히트작입니다."
균형발전 정책의 사령탑으로 불리는 우동기(72)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세종시 어진동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최대 성과를 의대 정원의 비수도권 대거 할당으로 꼽았다.
지방대의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서는 여론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한데 우 위원장은 위원회 전신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세종시로 이전 한 뒤 1년 동안 수많은 지역 대학 총장과 단체장들을 만나며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높일 것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의대들의 이런 분위기를 직접 대통령에게도 전달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우 위원장은 정부의 의대 정원 발표와 관련해 “따로 놀던 교육정책이 비로소 국가 균형발전 정책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고 의미를 부여한 뒤 “지방대학 다른 학과 경쟁력도 동반 상승해 지역 인재 유출 감소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음은 우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_지난 1년간 소멸 문제는 좀 나아졌는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지역 의대 정원을 크게 늘리기로 했고, 의대 입시를 위해 일부에선 학부모들의 ‘탈수도권 계획’ 이야기까지 들리는 것을 보면 좀 달라지지 않았나. 곧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리라 기대한다.”
_의대 정원 증원 계획에 의사단체의 반대가 심상치 않다.
“어느 사회건 특정 집단에 의해 지배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거래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면 우리 사회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_어떤 변화를 예상하시나.
“전국의 고등학교들은 지금까지 아이들을 서울로 보내는 데 힘을 썼다. 그렇게 보내놓으면 큰 연어가 돼 돌아올 줄 알았는데, 올라간 청년들은 멸치 떼처럼 모여 수도권에 살고 있다. 이번에 늘어난 의대 정원 82%가 비수도권에 배정됐고 또 대학들이 지역인재로 그 자리를 채우겠다고 한다. 분위기는 조금 바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역인재전형은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충청 △호남 △강원 △제주 총 6개 권역별로 이뤄지는데 해당 권역 고등학교에서 3년 재학해야 권역 내 의대에 지원할 수 있다. 2028학년도부터는 중학교 3년도 비수도권에서 다녀야 지역인재 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_의대 정원 몇십 명 늘어난 게 변화를 가져올까.
“의학 계열 출신들이 그래도 지방 정착률이 가장 높다.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등 지방대 의학 계열 학과는 수도권대 여타 학과보다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파급력도 크다. 지방대 다른 학과의 수준도 동반 상승시킬 것이다. 더 많은 인재가 정주하게 되면 균형발전의 밑바탕이 다져진다. 로스쿨, 수의대도 지역선발 인재 비중을 늘리면 서울 중심의 우리나라 교육 생태계가 달라질 것으로 본다.”
_의료서비스, 경제, 정치 중심이 서울인데, 얼마나 바뀔 수 있을까.
“대부분의 분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지만, 이걸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교육정책이다. 예컨대 세종시나 전국 각 혁신도시에는 단신으로 부임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는 자녀 교육 문제 때문이다. 지역인재선발 비중을 높이면 이런 분위기가 바뀔 것이다.”
_여당 대표가 최근 국회를 세종으로 완전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발표 2, 3일 전에 의견을 물어왔다. 나는 그 공약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세종을 진짜 행정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약도 했고, 같은 차원에서 우리 위원회도 대통령직속 자문기구 중에서 제일 먼저 세종(지난해 4월 4일)으로 왔다.”
_다음 대통령은 청와대로 복귀한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나도 사무실은 세종에 있지만 1주일에 2, 3일은 서울로 다니는데 장관, 차관들은 오죽하겠나. 국회의원 300명과 장관들이 모두 여기에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대통령도 세종으로 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외교 공관이 서울에 집중돼 있다. 서울 집무실도 필요하다.
“집무실을 두 군데 이상 두고 있는 나라가 많다. 서울에 집무실 두고 있는 것도 괜찮다. 국회가 오고 대통령 집무실이 세종으로 오면 행정수도 건설의 마침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