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부실사업장, 리츠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업계는 회의적

입력
2024.04.02 15:00
14면
PF 위기 지원, 리츠 내달 인가
정부 "급한 불 끄고 임대 공급 확대" 
업계 "핵심 조치 빠져 반쪽 대책"

정부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위기로 자금난에 몰린 건설사를 지원하기 위한 리츠를 내달 본격 선보인다. 이를 통해 건설사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면서 임대주택 공급도 늘리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업계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리츠로 PF 급한 불 끈다는데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발표한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 후속 조치로 8일 업계를 상대로 리츠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이후 이달 말까지 수요 조사를 한 뒤 이르면 내달부터 리츠 인가 등 행정 절차를 조속히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PF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를 위해 정부가 리츠 카드를 꺼낸 이유는 이렇다. 건설사는 막대한 건설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금융권에서 건설 프로젝트를 담보로 PF 대출을 받는다. 사업 초기엔 브리지론을 받아 토지를 매입하고, 인허가 뒤 본격 착공 단계에 들어가면 본 PF 대출을 받아 기존 고금리 브리지론을 갚고 사업을 이어나간다.

그런데 최근 공사비 급등, 분양시장 침체 등이 맞물려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이자만 내다 도산 위기에 몰린 미착공 사업장이 넘쳐난다. 마찬가지 이유로 지방엔 1만 가구 가까운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생겨났다. 이에 미착공 사업장은 공공지원민간임대리츠로, 준공 후 미분양은 기업구조조정(CR) 리츠로 해결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업계 '팥소 없는 찐빵' 지적 이유는

공공지원민간임대리츠는 미착공 사업장을 보유한 시행사(또는 건설사)가 리츠에 토지를 팔면, 주택도시기금 지원을 받은 리츠가 사업을 마무리한 뒤 10년 임대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CR 리츠엔 준공 후 미분양을 사면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감면 혜택을 줄 예정이다. 준공 후 미분양 역시 초기엔 임대주택으로 활용된다. CR 리츠가 투자금과 임대보증금으로 본 PF를 갚고 이후 주택경기가 좋아지면 임대주택을 팔아 수익을 낸다.

관건은 건설업계와 투자자 참여에 달려 있다. 정작 업계엔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사업장은 입지가 좋아 일시적 유동성 위기만 넘기면 되는데 공공리츠는 수익 구현까지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구조라 최상의 옵션은 아니다"고 했다.

정부가 10여 년 만에 선보인 CR 리츠는 '팥소 없는 찐빵'이란 평가다. 처음 나온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엔 투자 리스크를 줄여 주기 위해 공공기관 매입확약이란 신용보강 조치가 뒤따랐다. 준공 후 미분양이 운용기간에 팔리지 않으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할인해 산다는 약속이다. 당시 9개 리츠가 미분양 아파트 3,400여 가구를 매입했고, 이 중 2,194가구를 공공기관 매입확약이 체결된 리츠가 매입했다. 다만 매입약정이 실현된 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이 조치가 빠졌다. 공공기관 신용보강은 CR 리츠 투자자 모집에 필수 조치지만, 악성 미분양을 공공이 떠안는다는 반발 여론을 의식해 반쪽 대책을 내놨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세금 혜택만으로도 수요가 있는 걸로 확인된다"며 "현재로선 추가 대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