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 STX의 원자재 온라인 거래 플랫폼 '트롤리고(TrollyGo)'가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거래액 3,600만 달러(약 485억 원)를 돌파했다. 경영 악화로 2018년 STX가 사모펀드에 팔리고 5년 동안 플랫폼 개발에 매달린 결과다. 상사업계에선 재계 10위권을 노리던 STX그룹 시절 종합상사로서 사업형 지주사 역할을 한 STX의 DNA가 온라인 거래 플랫폼을 만나 되살아날 기회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상사업계에 따르면, STX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원자재 거래 온라인 플랫폼 트롤리고의 올해 3월 말 기준 누적 거래액이 3,600만 달러를 넘겼다. 트롤리고는 종합상사의 트레이딩을 온라인 플랫폼에 구현한 첫 사례다. 생산자가 원자재를 종류별로 올리면 구매자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듯 골라 살 수 있다. 생산자와 구매자가 연결되면 STX가 계약서 작성, 물류 절차 확인, 금융비용 계산 등 트레이딩 실무 작업을 제공한다.
트롤리고의 강점은 과거처럼 구매·생산 기업이 서로의 경영 상황과 제품 상태를 현지에 가서 직접 확인하는 수고와 비용을 덜게 해 준다는 것이다. 트롤리고를 쓰려는 기업은 재무 상태 등을 상세히 적거나 신용정보기관인 NICE디앤비의 데이터와 연동해 기업 정보를 손쉽게 공개하기 때문이다. 기업 간 거래(B2B) 특성상 기업 정보 신뢰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STX가 추가 자료를 요청하기도 한다.
트롤리고는 이런 점을 바탕으로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전 세계 142개국의 기업을 끌어들였다. 대륙별로 보면 △아시아(36%) △유럽(23%) △아프리카(23%) △미주(15%) △오세아니아(3%)에 주요 고객이 포진했다. 거래 품목도 다양하다. 품목별 비중을 보면 모빌리티 분야가 41%로 가장 높았으며 △비철금속(27%) △철강(17%) △석유가스(9%) △기계(5%) △농산물(2%) 순으로 거래됐다.
STX는 2018년 사모펀드 APC머큐리에 인수됨과 동시에 트롤리고 개발에 착수, 출시까지 5년이 걸렸다. APC머큐리는 인수 고려 단계부터 STX가 지닌 종합상사 역량을 온라인 플랫폼에 이식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했다. 실제 사전 조사에서 해외 다수 기업들이 "STX가 거래에 참여하는 게 맞다면 트롤리고를 통해 거래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STX의 상사 DNA는 2000년 초반 조선·해운업 중심으로 성장해 재계 순위 한 자릿수 진입을 노리던 STX그룹에서 사업형 지주사로 종합상사 사업을 했을 때부터 만들어졌다. 이후 STX그룹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으면서 2013년부터 계열사들을 차례로 팔고 STX를 2018년 사모펀드에 팔았을 때도 종합상사 사업은 지켰다.
STX는 지난해 해운·물류 사업을 떼 내 새 회사 STX그린로지스를 만들고 본업인 원자재 트레이딩과 트롤리고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한 상사업계 관계자는 "여러 차례 부침을 겪은 STX가 잃지 않고 가져온 종합상사 역량이 지난해 인적 분할과 온라인 플랫폼 출시를 계기로 되살아나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