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폭스콘, '멕시코산' 더 늘린다... 중국→멕시코 공급망 재편 가속

입력
2024.04.02 04:30
WSJ "폭스콘, 멕시코 부지 추가 매입"
신설 공장, 미국 기업 AI 서버 생산할 듯
미중 갈등에 중국 대안으로 멕시코 부상

애플 아이폰 등 전자기기 위탁제조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멕시코에서 인공지능(AI) 서버 생산을 확대한다. 폭스콘의 주요 거래처인 미국 테크기업들이 중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폭스콘에 생산시설을 인접국으로 옮기라고 요구하고 있어서다. 미중 관계 악화로 글로벌 기업의 중국 이탈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가 최대 수혜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폰 실수 재현 안 돼" 미국 기업들, '탈중국' 요구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폭스콘은 지난 2월 멕시코 서부 잘리스코주의 토지 매입에 2,700만 달러(약 364억 원)를 지출했다. 구입 목적은 "AI 서버 생산 시설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WSJ는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폭스콘은 전자기기 위탁 생산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애플 같은 테크업체들로부터 의뢰를 받아 스마트폰부터 PC, 통신장비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전자기기를 제조한다. 전 세계에 생성 AI 열풍이 휘몰아친 후 AI 서버 주문이 급증하면서 폭스콘의 몸값도 급등했다. 폭스콘은 전체 서버 제조 시장의 약 40%를 점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폭스콘은 지난 4년간 멕시코에 6억9,000만 달러(약 9,300억 원)를 투자했다. 멕시코 내 생산시설에서는 주로 아마존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의 AI 서버가 생산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새로 사들인 부지에 지을 공장도 주로 미국 기업의 주문을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요 서버 회사들인 미국 델과 휴렛패커드(HP) 등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WSJ는 이를 두고 "15년 전 스마트폰과 부품의 핵심 제조 공정을 중국에 뒀던 미국 기업들이 과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폰 전량을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했던 애플은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인도, 베트남 등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고 있다. 만약 AI 서버가 아이폰처럼 중국에서 생산되면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공급 차질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에, 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중국 밖에서 생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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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의 직간접적 압박에 멕시코로 향하는 기업은 폭스콘만이 아니다. 인벤텍, 페가트론, 위스트론 등 대만 대표 부품 제조사들이 멕시코 내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현재 멕시코에 진출한 대만 기업은 약 300곳에 이르고, 이들이 고용하고 있는 인원은 7만 명에 육박한다.

멕시코는 범죄율이 높고, 물이나 전기 등 공급이 불안정하며, 숙련된 인력이 적다는 점에서 생산 거점으로 매력적인 국가는 아니다. 그러나 2020년 발효된 미국·멕시코·캐나다 간 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라 미국이 멕시코산 수입품에 낮은 관세를 부과한다는 점이 이런 단점을 상쇄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9%로, 2015년 21.5%에서 하락했다. 반면 멕시코는 같은 기간 2%포인트 상승한 15.4%를 기록해 대미 수출국 1위 자리를 꿰찼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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