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사망보험금을 회사가 챙긴다?..."단체보험 불공정 약관 개정"

입력
2024.04.01 16:20
금감원 제3차 공정금융 추진위원회
금융자산 상속 과정 불편함 해소
단체보험금 청구, 근로자가 신청토록

금융재산 상속 과정이 지금보다 간편해지고, 근로자가 받아야 할 단체보험 보험금이 기업에 지급되는 불공정 약관은 개선된다.

금융감독원은 1일 제3차 '공정금융 추진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개선방안을 심의했다. 공정금융 추진위원회는 다양한 소비자 의견을 청취해 불공정한 금융 관행을 발굴해 개선하는 제도로, 앞서 진행된 1·2차 위원회에서는 8개 안건을 심사해 일부 개선을 완료했다. 이날 테이블에 오른 과제는 상속 금융재산 인출 관련 소비자 불편 해소와 단체보험 가입 근로자의 보험수익권 제고다.

우선 금감원은 가족이 사망한 뒤 상속인이 예금과 증권, 보험 환급금 등 금융재산을 받는 과정이 과도하게 불편하다는 문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사별로 요구하는 제출 서류가 상이하거나 과도하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닌데도 상속인이 직접 영업점을 방문해야 하는 등 불만이 끊이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이에 금감원은 상속인이 제출해야 하는 서류와 관련해 공통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같은 상호금융사이지만 단위조합 간 상속업무가 교류되지 않아 불편하다는 지적에 조합 간 상속 금융재산 인출이 가능하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비대면 상속재산 인출 서비스도 금융업권에 자율적 확대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공정금융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미영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이날 금융권에 "'온라인 원스톱 (상속재산)인출 서비스' 도입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근로자 단체보험 보험금이 본인 또는 유가족에게 전달되지 않는 문제점도 개선하기로 했다. 기업이 가입하는 단체보험은 근로자 사망·후유장애·실손의료비 등을 보장하는데, 지난해 말 기준 보험수익자를 근로자가 아닌 기업 또는 사업주로 지정한 경우가 24%에 달했다.

특히 업무 외 재해로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다치는 경우, 보험금 수령을 놓고 근로자와 사업주 간 다툼이 적지 않다. 근로자가 휴일에 자동차 사고나 동호회 활동 중 재해를 당해도 단체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기업이 받아 근로자에게 지급하지 않거나 일부만 지급하면서 다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실제 업무 외 용도로 운전 중 교통사고를 당한 A씨 유족은 기업이 단체보험 사망보험금 3억2,000만 원을 수령한 뒤 지급하지 않자 소송을 걸었고, 대법원은 결국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 관계자는 "피보험자인 근로자와 유족이 보험사에 보험금을 직접 청구할 수 있도록 단체보험 약관을 고치도록 하겠다"고 개선 방향을 설명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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