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근간 흔드는 사전투표소 몰카... 선관위는 뭐했나

입력
2024.04.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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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을 앞두고 사전투표소 40여 곳에 몰래카메라를 불법 설치한 극우 유튜버가 구속됐다. 통신사 이름이 적힌 스티커를 부착해 통신장비로 위장한 뒤 투표소 내부를 촬영할 수 있게 설치한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비밀투표 원칙은 물론 선거관리를 방해하는 것은 민주주의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죄로 엄벌이 필요하다.

해당 유튜버는 경찰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사전투표율 조작을 감시하기 위해 설치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시 사전투표소를 불법 촬영한 영상을 내보냈고, 2022년 대선에서도 투표용지 계수기를 찍은 영상을 올려 일부 용지의 색깔이 다르다며 사전투표 조작설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 1월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과 관련해 "종이로 피습당해"라는 문구가 담긴 영상을 올렸다.

2022년 7월 대법원은 지난 총선의 음모론과 관련해 '2020년 4·15 총선 선거무효소송'을 기각했다. 많은 사람들의 감시 아래 부정행위가 이뤄지려면 고도의 전산기술과 해킹능력, 대규모 조직과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데 어느 하나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법적 결론이 났음에도 정치 양극화에 따른 극단적 주장을 하는 유튜버들이 횡행하면서 민주당이 2020년 총선을 압승한 배경에 부정선거가 있다고 믿는 유권자가 있는 실정이다.

선거제도가 음모론자에 의해 휘둘리는 데엔 선관위 책임이 크다. 지난 대선 때 코로나 확진자·격리자 대상 사전투표 과정에서 허술한 투표용지 관리로 불거진 '바구니 투표'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번 총선에선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폐쇄회로(CC)TV 공개, 투표용지 수검표 확인 등을 도입했다지만, 사전투표소에 일반인이 출입하는 등 관리에 구멍이 드러난 점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현행법상 사전투표소 관리 책임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지자체와 책임을 떠넘기기 할 때가 아니다. '선거' 업무에 대한 모든 관리 책임이 있다는 인식을 갖고 만반의 준비를 할 때에만 선관위에 대한 불신도 해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