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언제 필까”… 터지지 않는 꽃망울에 골머리 앓는 지자체들

입력
2024.03.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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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시 춘설 쌓이자 축제 두 번 열기로
개화 늦어진 경주·강릉 벚꽃축제 연기

“벚꽃 없는 벚꽃축제를 열 수는 없잖아요.”

3월 말에도 봄눈이 쌓이는 등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로 벚꽃이 좀처럼 꽃망울을 터뜨리지 못하자 축제를 계획 중인 지방자치단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강원 속초시는 30일부터 이틀간 개최한 ‘2024영랑호 벚꽃축제’를 4월 6일과 7일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최근까지 설악산에 춘설이 쌓이는 등 추운 날씨로 벚꽃 개화시기가 1주일가량 늦어진 데 따른 조치다. 꽃 자체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 우려되자 축제를 두 번 여는 묘안을 짜낸 것이다. 속초시는 지난 27일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죽을 죄를 지었다. 그러나 하늘을 이길 수는 없었다”는 익살스러운 메시지를 전하며 축제 홍보에 들어갔다.

시는 포토존과 야간 조명, 버스킹 공연 등 준비한 행사를 두 번째 축제 때에도 선보일 계획이다. 영랑호 일대 교통통제, 안전요원 배치 등을 위해 경찰과도 공조체계를 구축했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벚꽃 개화 시기가 늦어져 아쉬움이 크지만, 영랑호 벚꽃축제를 봄이 시작되는 행사로 생각해 달라”며 “영랑호를 방문해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깨우고, 힘찬 에너지를 얻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올봄 오락가락 날씨 탓에 벚꽃이 피지 않아 골머리를 앓은 건 속초뿐만이 아니다.

경북 경주시는 앞서 ‘대릉원 돌담길 벚꽃축제’를 1주일 연기해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열었다. 강릉시 역시 지난 29일 개막 예정이던 ‘경포 벚꽃축제’를 일주일 연기했다. 국내 최대 벚꽃 축제인 진해군항제는 이른 꽃 소식을 기대하며 어느 해보다 빨리 개막했으나, 폐막을 이틀 앞두고서야 꽃이 만개하며 장관을 이뤘다. 서울의 벚꽃명소인 영등포구 윤중로와 송파구 석촌호수에서도 최근 꽃망울을 터뜨리기는 했으나 아직 절정 수준은 아니다.


속초= 박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