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이 쥐고 있던 인터넷 통제권을 중국공산당 서열 5위인 차이치 중앙서기처 서기(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게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시 주석이 자신의 직책 일부를 다른 이에게 준 것은 처음으로, 심복들 간 충성 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이 오랜 기간 자신이 맡아온 당 중앙사이버공간위원회(사이버공간위) 위원장직을 차이 서기에게 이양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공개하진 않았지만 이미 지난해 상반기부터 차이 서기가 이 직책을 수행해 온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공간위원회는 2014년 출범한 사이버사무중앙지도그룹을 2018년 확대·개편한 조직이다. 당 차원의 메시지를 중국 내 인터넷에 전파하는 게 사이버공간위 주요 업무다. 또한 50조 위안(약 9,300조 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중국 디지털 경제를 감독하는 권한도 이 기관에 있다.
차이 서기는 이미 중국공산당 내 통일전선부·조직부·선전부·감찰위원회·공안부를 총괄하는 당 중앙서기처 서기를 겸임하면서 당·정·군의 핵심 업무를 시 주석에게 보고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비서실장 격인 셈이다. 또한 리창 국무원 총리와 함께 초권력기구인 중앙국가안전위원회 부주석을 맡고 있다. 시 주석과는 과거 저장성·푸젠성에서 함께 일하며 신뢰를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온라인 여론 통제권까지 부여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실질적인 중국 권부 2인자가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이번 소식은 전통적 2인자인 리 총리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는 흐름 속에서 전해졌다. 중국은 30여 년간 이어왔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의 총리 기자회견을 올해 들어 폐지했다. 지난해 중국발전포럼(CDF)에서 미국 재계 리더들을 두루 만났던 리 총리는 올해 포럼에선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일각에선 시 주석이 측근 간 충성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이 자신의 권한을 배분할 수 있다는 '여지'를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권부 내에서 1인자에 대한 충성심을 끌어내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공산당의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의 편집장을 지낸 덩위웬은 "이번 조치는 시 주석이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측근들에게 계속해서 권한을 위임하고, 새로운 권력 구조를 형성하려고 노력 중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