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씩 괜스레 울적하고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 요즘처럼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면 이처럼 ‘계절을 타는’ 사람이 늘어난다.
특정 계절이 되면 유독 무기력해지는 걸 ‘계절성 우울증(계절성 정동장애)’이라고 한다. ‘봄철 우울증’은 봄만 되면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외로움을 느끼면서 우울해지는 증상이다. 100명 중 10~25명 정도가 계절성 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울증이 생기면 식욕이 줄거나 잠을 자지 못해 몸무게가 빠지지만, 계절성 우울증은 식욕이 늘고 살이 찌기도 한다. 무기력·소화불량·피로감 등을 호소하는 이도 있다.
계절성 우울증으로 일조량이 바뀌면서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켜 들뜨거나 짜증스러워지거나 기분 변화를 심하게 겪는 이들이 많다. 한편으론 우울하면서 기운이 나고, 다른 한편으론 우울하면서 충동적으로 바뀌어 자살률이 높다.
이처럼 봄철(3~5월)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늘어나는 걸 ‘스프링 피크(spring peak)’라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살자의 30% 정도가 봄철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등록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매년 자살률이 가장 높은 시기는 2021년 3월, 2022년 4월, 2023년 5월이었다. 스프링 피크의 원인에 대해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 없지만 ‘봄철 우울증’과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계절성 우울증을 극복하려면 단순히 특정 계절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계절성 우울증을 극복·예방하려면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갖는 게 도움이 된다. 생활 리듬이 깨지면 무기력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스트레칭·요가 같은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움직여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손보경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규칙적인 생활이 가벼운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일정한 시간에 잠에서 깨고 되도록 낮잠은 피하며 낮 시간 가벼운 스트레칭 등을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일과 중 틈틈이 밖에서 햇볕을 쬐면 도움이 된다. 햇빛을 받으면 생성되는 멜라토닌 분비가 활발해지면 생체 리듬이 안정되기 때문이다. 한규민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계절성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하루에 1~2시간 산책이 도움이 된다”며 “햇볕을 쬐면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이 일정하게 분비된다”고 했다.
비타민 D가 풍부한 고등어·우유, 엽산이 풍부한 녹색 채소류 등을 챙겨 먹는 것도 좋다. 사회적으로 고립될수록 기분이 가라앉기에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와 취미나 운동 등을 함께하는 것도 우울증 해소에 좋다.
다만 우울증을 술로 풀려고 하면 오히려 악화할 수 있어 삼가야 한다. 술을 마시면 도파민ㆍ엔도르핀 같은 호르몬이 분비돼 잠시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술기운이 떨어지면 다시 우울해진다. 또 술을 다시 마시지 않으면 뇌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늘어나 더 우울해지고, 결국 다시 술을 찾게 되는 악순환이 생긴다.
무기력증이나 심한 감정 기복 등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는 게 좋다.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초기 우울증은 운동, 독서 등 비약물 요법으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며 “중증 우울증은 의사 처방에 따라 약물 요법과 비약물 요법을 적절히 병행하면 약물이나 비약물 요법을 단독으로 시행하는 것보다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비약물적 치료로는 의사와 환자가 대화를 나누는 면담 치료와 전기 경련 요법, 두개경유자기자극술, 뇌심부자극술, 미주신경자극술, 광치료 등이 있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더라도 치료 효과는 투여 직후가 아닌 2주 뒤에 나타나므로 쉽게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약을 먹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