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실명 질환' 녹내장, 안압 정상이어도 많이 발생

입력
2024.03.30 06:10
[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김영국 서울대 안과 교수

녹내장(綠內障·glaucoma) 은 당뇨망막병증·황반변성과 함께 대표적인 3대 실명 질환이다. 안압이 올라가 눈 속 시신경이 눌리며 손상되고 실명할 수 있기에 조기 발견·치료가 중요하다. 녹내장 개념과 증상, 검사, 치료법까지 김영국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에게 알아봤다.

-녹내장이란.

“녹내장은 안압 상승 혹은 혈액순환 장애 등으로 인해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 결손 및 시력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눈 안에는 방수(房水)라는 액체가 가득 차 있는데, 방수는 섬유주라는 부분으로 빠져나가 순환한다.

이때 홍채 및 각막 유착에 의해 섬유주 부분이 막혀 안압이 올라 발생하는 녹내장을 ‘폐쇄각 녹내장’이라고 한다. 반면 섬유주가 닫히지 않았는데도 어떠한 원인에 의해 안압이 올라가는 경우를 ‘개방각 녹내장’이라고 부른다.

발현 양상에 따라 △급성 녹내장 △만성 녹내장, 발생 시기에 따라 △성인 녹내장 △유소아 녹내장 △선천 녹내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한 발병 원인에 따라 특별한 원인 없이 생기는 녹내장을 ‘1차 녹내장’, 다른 질환에 의해 녹내장이 동반되는 것을 ‘2차 녹내장’이라고 한다.

안압이 높아져 녹내장이 발생하면 ‘고안압 녹내장’이라고 부르지만, 안압이 정상 범위임에도 녹내장이 발생하는 경우를 ‘정상 안압 녹내장’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녹내장 환자의 대부분은 정상 안압 녹내장 형태로 나타난다.”

-발생 원인은.

“가장 중요한 발병 인은 안압 상승이다. 안압은 방수라는 눈 체액 양에 따라 결정된다. 방수 유출이 원활하지 않으면 안압이 상승하면서 녹내장이 발생한다. 다만 정상 안압에서도 시신경 자체가 약하면 쉽게 손상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약물 중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을 복용하거나 젊은 층에서 심한 고도 근시가 있으면 녹내장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특히 부모가 녹내장이 있다면 자녀의 녹내장 발생 위험은 2~3배 높아지며, 형제 중 녹내장이 있다면 발생 위험이 7~8배까지도 올라간다. 따라서 이같은 고위험군이라면 어릴 때부터 정기 검사를 해야 한다.”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개방각 녹내장이라면 초·중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말기가 되면 주변부부터 시야가 서서히 좁아 보이고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반면 폐쇄각 녹내장은 대부분 초기에 발견된다. 안압이 올라가면서 통증·출혈로 응급실로 오게 될 때가 많다. 개방각 녹내장보다 초기에 발견되므로 적절한 치료 및 관리가 가능하다.”

-진단과 검사는 어떻게 하나.

“녹내장의 주요 검사법으로는 안압 측정, 시신경·망막 검사, 시야 검사 등 3단계로 이루어진다.

안압 측정 검사는 눈에 마취 안약을 넣고 접촉 안압계를 사용해 수치를 정확히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고압 공기를 내뿜어 각막 변형을 측정하는 비접촉 안압계가 주로 사용된다.

시신경·망막 검사는 기본적으로 사진을 찍어 눈 속 시신경이나 망막 형태를 확인한다. 녹내장이 있다면 특징적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시신경을 단층으로 잘라 입체적인 두께나 부피 등을 확인하는 안구 단층 촬영(OCT) 검사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치료의 관건은 안압을 조절하고 낮추는 것이다. 녹내장을 치료하는 방법은 크게 △약물 △레이저 △수술 3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 안약을 사용해 안압을 낮추는 방법이다. 안압을 낮춰주면 눈 속 혈액순환을 돕고 시신경을 보호할 수 있으며, 시력이 나빠지거나 실명할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

안약을 투여할 때 눈물 통로를 통해 코나 입으로 안약이 흘러 불편하다면 투여 후 2~3분간 눈물 통로를 지압해 넘어가는 걸 막는 게 좋다. 또한 날카로운 안약병에 닿아 상처가 나지 않게 조심하고 약병에 균이 옮겨가지 않도록 거리를 두고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레이저 치료법에는 크게 △레이저 섬유주 성형술 △레이저 홍채 절개술 2가지가 있다. 레이저 섬유주 성형술은 주로 개방각 녹내장에서 시행한다. 레이저로 섬유주에 구멍을 뚫어 방수가 잘 나갈 수 있게 돕는 레이저 시술이다. 레이저 홍채 절개술은 레이저로 홍채에 구멍을 뚫어 방수 유출 경로를 만들어주는 시술이며, 주로 폐쇄각 녹내장에서 시행한다.

세 번째, 녹내장 수술 치료에는 △섬유주 절제술 △녹내장 임플란트 수술이 있다. 수술 치료는 방수가 눈 밖으로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2차 배수로를 만들어준다. 섬유주 절제술은 섬유주 일부를 절제해 배출 통로를 만들어주는 수술법이다.

하지만 눈에 염증이나 흉터, 외상 등이 있다면 만들어놓은 배출로가 너무 빨리 달라붙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눈 속에 관을 넣어 방수가 원활히 흐를 수 있도록 돕는 녹내장 임플란트 수술을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섬유주 절제술을 먼저 진행하고 경과가 좋지 않다면 임플란트 수술을 추가로 시행한다. 녹내장 수술은 대부분 안전하지만 아주 드물게 수술 후 감염이나 출혈이 발생하거나 안압이 너무 낮아져 시신경과 망막에 문제가 나타날 때가 있다. 하지만 부작용 발생 비율은 1% 이하로 매우 낮다.

안압이 너무 내려간다면 충전 물질을 눈에 투여해 안압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수술 부위를 봉합해 방수 유출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어떻게 관리하고 예방하나.

“녹내장은 수술 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수술한 눈을 너무 문지르면 염증이 생기거나 수술 부위가 터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녹내장 수술은 대부분 윗눈꺼풀 아래 흰자 부분에 방수 통로를 만들기에 수술 후 안약을 넣을 때는 아래눈꺼풀만 당기는 게 좋다.

녹내장은 압력 영향을 받는 질환이므로 일상생활에서 안압이 높아지는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녹내장 환자가 피해야 할 행동으로는 물구나무서기, 관악기 연주 등이 있다. 또한 어두운 곳에서 장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안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적당히 사용한 뒤 눈을 쉬게 해야 한다.

또한 물을 한꺼번에 많이 마시거나 넥타이를 세게 매도 안압이 올라갈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스테로이드 계열 안약 및 약물 복용 시 안압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스테로이드를 사용할 때는 안압을 체크하면서 사용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