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10번 치른 김부겸, 부산 민심에 "이런 적은 처음...동부산도 맹추격"

입력
2024.03.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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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공동선대위원장 동행 르포]
"낙동강벨트 전역이 흔들거린다"
부산 18석 중 절반 획득이 목표
"교만 경계"… 절박한 심정 곳곳서 감지

"어무이, 우리 배재정이 아시죠? 여기서 10년이나 떨어졌습니더. 이번에는 꼭 좀 해주이소."

4· 10 총선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28일 아침 8시 30분.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부산 사상구 덕포시장에서 상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무총리까지 지내고 사실상 현실 정치와 거리를 뒀던 김 전 총리는 공천 내홍으로 어수선한 당의 선거 사령탑으로 전격 복귀했다. 수도권에 이어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울산·경남(PK) 공략의 선봉에 서 있는 김 위원장을 따라붙었다. 덕포시장 방문에 앞서 김 위원장은 오전 8시 사상에 나선 배재정 후보의 부산지하철 2호선 사상역 유세에 참석했다. 사상은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국민의힘 지역구지만, 19대 총선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돼 배지를 달았던 곳이다. 오랜만에 유세차에 올라탄 그는 "윤석열 정부 2년간 폭정"을 강하게 비판하며 "배 후보를 확실히 밀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설이 시작되자, 일부 시민들은 차를 세우고 엄지를 치켜들며 화답했다. 덕포시장 식당에선 손님들이 "김 총리 아입니꺼"라며 알은척을 했고, 김 위원장도 비슷한 연배 시민을 만나면 "친구 하입시더"라고 다가갔다.

동행하던 기자에게 김 위원장은 "선거 날부터 유권자들이 차 문을 내리고 손을 흔들어주는 일은 없다"며 "심지어 수도권이 아닌 부산에서 시민들이 이렇게 반겨주는 것은 반응이 굉장히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지역감정 타파의 상징과도 같은 김 위원장은 정치인생 30년 동안 무려 10번의 선거를 치른 '달인'이다. 그런 김 위원장의 '촉'도 부산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노무현·문재인 노력한 결과, 이제 붙어볼 만"

이날 김 위원장은 사상구를 비롯해 '낙동강벨트(10석)'에 포함된 부산의 전략적 요충지를 집중 공략했다. 문 전 대통령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지원사격이 예정될 정도로 민주당이 공을 들이는 지역이다. 낙동강벨트 판세에 대해 김 위원장은 "서부산 전역이 흔들리고 있다"며 고무적으로 반응했다. 그는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이 두드리고, 민주당 후보들이 20년 넘게 도전한 결과, 이제는 드디어 붙어볼 만한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부산에서만 18석 중 9석을 목표로 잡았다. 지난 총선 180석 대승에도 부산은 3석에 그쳤고, 역대 부산 최대 의석수가 2016년 20대 총선 당시 5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버거운 수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우리의 목표가 터무니없지는 않은 것 같다"며 "낙동강벨트뿐 아니라 동부산벨트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부산 지역구 중 10여 개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우세·경합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동부산벨트 끝자락으로 보수세가 강한 기장에 출마한 최택용 민주당 후보는 "4년 전과 반응이 완전히 다르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분명하지만, 김 위원장은 신중했다. 아직 열흘 넘게 선거가 남았고, 보수 결집 상황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선거를 2주 앞두고 판세가 몇 번 뒤집어질지 모르는데 절대 교만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전체 판세에 대해서도 "민주당 단독 과반도 어렵고 원내 1당 달성이 현실적 목표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에서 수차례 쓴맛을 본 후보들도 김 위원장과 같은 심정이었다. 부산진갑에 출마한 서은숙 후보는 "부산에서 단지 민주당이라는 이유만으로 버림받지 않도록 격려해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오전 사상구에서 출발해 서·동구와 남구, 중·영도구, 강서구에서 부산 유세 일정을 마무리한 김 위원장은 오후에 창원진해, 창원성산, 사천남해하동을 거쳐 호남으로 넘어가는 숨 가쁜 하루를 보냈다.


"선거 끝나면 양평으로 돌아갈 것"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배지를 달면서 지역주의를 타파한 경험이 있는 김 위원장은 험지 출마 후보들에게 '유세 꿀팁'도 공유했다. 이날 유세차에서 사회자가 후보를 '님' 자를 붙여 소개하자, 관계자들에게 "유권자가 '왕'인데 후보에게 '님' 자를 붙이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비 때문에 감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장갑을 끼면 좋겠다" "내 소개는 눈치껏 할 테니 나를 소개하는 데 시간 안 써도 된다" 등 '깨알' 조언도 잊지 않았다.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 김 위원장은 "불과 한 달짜리 자리인데 무엇을 못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선거 승리에 대한 절박함 때문에 일시적으로 등판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선거가 끝나면) 경기 양평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를 마친 후 대구 아파트를 정리하고, 양평에 새 터전을 마련했다.

부산 김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