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내 피부를 구했습니다"… '국내 2위' 중국 알리의 못 믿을 '후기'

입력
2024.03.31 07:00
[국내 2위, 알리 '허위 후기' 논란]
여러 제품에 같은 내용·사진 올라와 
한국 계정이지만 외국인 사진 게재
번역체·낮은 화질 등은 일단 걸러야

#. 한 달 전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서 흉터 재생 크림을 산 40대 양모씨는 최근 해당 제품 후기를 찾아보다 깜짝 놀랐다. 같은 내용의 후기와 사진이 반복적으로 게재돼 있었다. 양씨는 “후기 반응이 좋아 구매했는데 효과가 없어 후기를 다시 보니 미심쩍은 게 많았다”며 “말투가 이상하고, 사진도 포토샵으로 보정한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중국 이커머스 알리에서 허위 후기로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018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알리는 지난달 월간 이용자 수가 818만 명으로 쿠팡(3,010만 명)에 이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2위다.

다른 제품인데 같은 후기가?

가장 대표적으로 여러 판매자가 파는 특정 제품에 똑같은 내용의 후기가 다수 올라오는 경우다. 주부 김모(58)씨는 최근 알리에서 후기를 보고 화장품을 구매했다. 효과가 없어 얼마 후 다른 제품을 알아보다 자신이 구입한 제품 후기에 있던 사진과 같은 사진이 다른 제품 후기에도 있는 걸 발견했다. 그는 "판매자들이 반응이 좋은 후기 사진이나 글을 복사해 쓰는 것 같았다"라며 "후기가 좋아 샀는데 조작된 게 아닐까 의심스러웠다"고 지적했다.

해외 플랫폼 특성상 여러 국적의 계정을 이용해 같은 후기를 올리는 '후기 부풀리기' 의혹도 제기됐다. 한 계정이 국가 설정만 바꿔 같은 후기를 다른 언어로 올린다는 얘기다. 실제 특정 상품에 이달 7일 한국 국적으로 제품 사진과 후기가 달렸다가, 나흘 후인 11일에는 일본 국적으로 같은 내용의 후기가 올라왔다. 동일인이 국적만 바꿔 후기를 달고 있다는 추측이다.

한국인 고객을 겨냥해 한국인으로 가장한 허위 후기도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달 알리에서 화장품을 구매한 안지은(29)씨는 불만족 후기를 남기려다 한국 국적으로 후기를 남긴 이용자의 사진들이 모두 외국인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안씨가 판매자에게 "한국인들이 산 게 아닌 것 같다"고 하자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샀다"는 답이 돌아왔다. 안씨는 "중국 판매자가 한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제품처럼 보이기 위해 여러 계정을 한국 국적으로 만들어 올린 허위 후기 같다"고 불평했다.

허위 후기 속지 않으려면

이들 허위 후기는 공통적으로 △영어 후기 △낮은 화질 △특정 시기 집중 △높은 평점 등의 특징이 있다. 이를 토대로 알리의 허위 후기에 속지 않는 법을 소개한다.

① 번역체? 영어 후기라면 걸러라

허위 후기의 원본은 주로 영어로 작성된다. 다국적자가 이용할 수 있는 알리 특성상 자동 번역 기능을 이용해 영어로 작성된 후기를 한국어로 번역해 올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맞춤법이 틀리거나 번역체 후기인 경우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어로 작성된 후기에 외국인 사진이 첨부됐을 경우에는 조심해야 한다.

② 흐릿하고 화질 낮은 사진 의심해야

정상적으로 촬영된 사진도 후기로 올리면 대개 화질이 낮아진다. 하지만 허위 후기인 경우에는 유독 화질이 더 낮은 편이다. 특히 상품 사진이 아닌 사용 부위나 신체 부위인 경우가 많다.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타인의 사진을 퍼온 듯 유독 흐릿하고 해상도가 낮은 사진이 올라온 경우에는 허위 후기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③ 한 달 내 후기가 수십 개? 신빙성 낮아

통상 판매를 시작한 지 오래된 제품이면 짧게는 여러 달, 길게는 몇 년 전 후기도 있어야 하지만, 허위 후기들은 길어야 한 달 내 집중돼 있다. 수개월 전이나 수년 전 남겨진 후기가 하나도 없다면 허위 후기를 의심해야 한다. 알리에서 판매 중인 한 속눈썹 영양제는 총 후기 27개 중 20개가 하루 내 작성됐다. 해당 후기를 작성한 계정들은 모두 프랑스 국적이었다.

④ 좋아도 너무 좋다는 후기도 제외하라

아무리 뛰어난 상품이라도 단 한 명쯤은 배송 등의 문제로 불만을 드러낼 법 하다. 하지만 허위 후기가 많은 상품 중 일부는 평균 5점 만점으로, 5점 이하로 별점을 준 이용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허위 후기에 더해 실구매자가 후기를 남긴 경우에는 간혹 평균 별점이 4.9점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허위 후기 적발은 하늘의 별 따기

최근 중국발(發) 전자상거래 시장 급성장으로 허위 후기 등이 논란이 되면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허위로 후기를 작성하면 표시광고법이나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판단해 처벌할 수 있다. 허위 후기로 피해를 본 소비자는 한국소비자원에 상담 또는 피해구제 신청도 가능하다. 알리와 테무 등 해외업체들도 후기 조작 등이 적발되면 국내법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해당 업체들이 허위 후기로 처벌을 받은 경우는 아직까지 단 한 건도 없다. 적발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알리 측은 "허위 후기를 게시하는 판매자가 적발될 경우 7~180일의 계정 중지 및 상품 판매가 차단되고, 심각한 경우 퇴출될 수 있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 교수는 "사실상 수많은 후기 중에 거짓이거나 조작된 후기를 걸러내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며 "업체에서 자발적으로 후기 검증을 철저히 하고, 소비자들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후기가 조작됐다는 증거만 있으면 국내외 플랫폼 상관없이 조치가 가능하다"며 "허위 후기를 적발하기 위해 공정위에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한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