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이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지 않는다면 다음 달 총선에서 의사계 표를 모아 실력행사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놨다. 현재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인 그는 25, 26일 치러진 의협 회장선거 결선투표에서 득표율 65.43%로 당선돼 5월 1일부터 3년 임기를 시작한다.
임 당선인은 28일 보도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의협 손에 국회 의석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갖고 있다”면서 정부 여당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다만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선 ‘총선 대응 전략의 구체적 내용과 향후 계획’에 관해 말을 아끼며 “내일(29일) 기자회견에서 자세히 밝히겠다”고 답했다.
임 당선인은 의협 안에서도 손꼽히는 초강성파다. 의대 증원에는 반대를 넘어 “500~1,000명 더 줄여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을 해왔다. 앞서 20일 전국 의대별 정원 배분이 결정된 직후에도 “파시스트적 윤석열 정부로부터 필수의료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실제 임 당선인은 당선 첫 일성으로 정치권을 직격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에서 여당을 일방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의사에게 가장 모욕을 주고 칼을 들이댔던 정당에 궤멸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선거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조직적으로 개혁신당을 지지해 의사 출신인 이주영 개혁신당 비례대표 1번 후보를 반드시 당선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에선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도 언급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 당선인은 “지금으로선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어떨까 한다”면서도 “윤 대통령이 고집을 굽히지 않는다면 남은 선택지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사 총파업에 대해선 “법적 검토를 마쳤다”며 “전공의, 교수, 의대생이 불이익, 고발, 행정처분을 받는다면 전 의사 직역을 동원해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총파업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당선인은 정부와의 대화 전제 조건으로 △의대 증원 백지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및 박민수 2차관 파면을 거듭 요구했다. “조건 없이 대화하자”는 박 차관 제안에 대해서도 “집에 갈 사람과는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이와 관련한 질의에 “전제 조건이 받아들여진다면 새로운 정부 인사와 대화할 생각이 있다”며 “대통령이 전공의와 직접 대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KB국민은행이 의사 전용 대출상품 온라인 판매를 중단했다는 소식에 임 당선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의사들이 이에 분명한 보답을 해야겠다”고 발끈했다. 그러면서 “개원의들은 일단 건강보험 청구 들어오는 통장과 주거래 은행부터 옮겨달라”고 적었다. 하지만 KB에 따르면 이달 온라인 대출 관련 라인업 조정을 하며 의사부터 법조인까지 모든 전문직 대출상품이 대면 판매로 일원화됐다. 의사 대출은 여전히 영업점에서 신청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