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시즌 개막전에서 부진했던 류현진(한화)이 이를 악물었다. 개막전 패배 이후 동료 선발 투수들의 잇단 ‘호투쇼’에 큰 자극을 받은 모양새다. 팀도 초반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어 흐름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책임감 역시 크다.
류현진은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KT와의 홈 개막전에 선발 등판한다. 지난 23일 LG와 시즌 개막전 때 3.2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으로 무너진 이후 시즌 두 번째 등판이다. 류현진이 정규시즌 안방 마운드에 오르는 건 2012년 10월 4일 넥센전 이후 4,194일 만이다.
팀의 1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류현진은 현재 여유가 없는 상태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까지는 한화의 선발 마운드를 혼자 책임지다시피 한다고 해서 ‘소년 가장’이라고 불렸지만 지금은 야구 팬들 사이에서 ‘5선발이 됐다’는 농담 섞인 반응이 나온다. 류현진이 첫 경기 때 패전을 떠안은 반면 뒤이어 등판한 펠릭스 페냐, 김민우, 리카르도 산체스는 모두 선발승을 챙겼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한화에서 마지막으로 뛰었던 2012시즌만 보더라도 한화에 ‘승패패패패’ 공식이 있었다. 류현진 경기 때만 이기고 나머지 경기에서는 진다는 의미다. 실제 한화는 2012년 9월 25일 류현진이 잠실 두산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이후 26일 잠실 두산전 유창식, 27일 인천 SK전 윤근영, 28일 대전 두산전 정재원, 29일 대전 넥센전 바티스타, 10월 1일 대전 SK전 유창식까지 5연속 선발패를 당했다. 하지만 올해 개막 첫 4경기는 류현진만 져서 ‘패승승승’이다.
류현진의 두 번째 등판 상대 KT는 한화와 달리 개막 4연패를 당해 분위기가 좋지 않다. 홈 팬들 앞에서 한결 편하게 첫승에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류현진은 “나도 초상집”이라며 “여유가 없다”고 털어놨다.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도 더욱 진지해졌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겉으로 행동하는 모습은 꼼꼼할 것 같지 않은데 (전력분석팀에) 자료를 엄청 요청한다”며 “어떤 데이터가 나오면 관련 영상을 100개씩 본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2012시즌을 마친 뒤 빅리그로 활동 무대를 옮겨 2015년부터 1군에 진입한 10구단 KT를 단 한 번도 상대한 적이 없다. 다만 현재 KT의 주축 타자들은 전 소속팀에 뛰었을 당시 류현진에게 약했다. 박병호와 김상수는 각각 타율 0.125(8타수 1안타), 타율 0.148(27타수 4안타)에 그쳤다. 박경수도 타율이 0.204(54타수 11안타)로 낮았다. 장성우의 타율은 0.250(4타수 1안타)이다. 그나마 황재균은 히어로즈 시절 타율 0.231(13타수 3안타)로 약했지만 롯데 유니폼을 입고 타율 0.346(26타수 9안타)으로 강했다.
류현진의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 이미 개막전에서 직구 최고 시속 150㎞까지 찍었다. 구위는 문제없었지만 류현진 특유의 정교한 제구력이 실종됐다. 변화구만 잘 컨트롤되면 ‘괴물 본색’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도 첫 등판을 마친 뒤 “변화구 제구력이 아쉬웠다”며 “예방주사 한 방 맞은 느낌이라 생각하고 다음 경기에 잘 던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