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8일 여야의 리더십 전략은 확연히 갈렸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유일무이한 간판으로 앞세워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이해찬 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의 3두 체제에 공천 갈등으로 대립했던 비이재명계까지 손을 잡고 연합 전선을 구축했다. 상승세를 탄 야당에 맞선 국민의힘의 '1대 다(多)' 전략이 13일간의 열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한 위원장 단독으로 한수 이북의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을 누비며 지원 유세에 돌입했다. 안철수 나경원 원희룡 후보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모두 수도권 격전지에 출마한 상황이라 해당 지역구에 발이 묶였다. 여당 텃밭인 대구 달서을에 출마한 윤재옥 공동선대위원장 정도만 서울에서 다른 후보 지원에 나섰다. 지난해 말 비상대책위 출범과 함께 시작된 한동훈 원톱 기조가 공식선거운동 때까지 그대로 이어진 셈이다.
한동훈 원톱 전략은 집권 여당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정권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지지율까지 낮은 윤석열 대통령과 관계를 명확하게 정립하지 못했다. 되레 두 차례 당정갈등만 노출해 중도층의 이반만 불러왔다. 하지만 위기감이 감지되는 지역일수록 원톱 체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이상민 국민의힘 대전 유성을 후보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당의 메시지를 한동훈 위원장을 통해서만 나가고 언론도 그것만 반영하다 보니 다른 후보들은 묻히고 있다. 한 위원장에게 과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국민의힘이 당 체질 개선보다 한 위원장 개인기에 의존하다 보니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다보니 첫날부터 한 위원장을 향한 내부 비판도 제기됐다. 중도확장 카드로 거론됐지만 한 위원장이 끝내 거부한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경기 화성정에 출마한 유경준 후보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날 한 위원장을 작심한 듯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한 위원장이 이날 유세 내내 강조한 '이재명·조국 심판'에 대해 "그런 슬로건 갖고 이번 선거를 치르면 그렇게 강조했던 중도층 표심은 더 멀어진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만남에 대해서도 "그게 선거에 뭐가 도움 될지 모르겠다"고 부정적으로 봤다.
유 전 의원의 이런 모습은 이 위원장과 극심한 공천 갈등을 겪었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이날 행보와도 비교됐다. '비명횡사' 공천의 상징이었던 임 전 실장은 이날 자신이 출마를 포기한 중성동갑 전현희 후보 지원 유세에서 이 위원장과 만나 포옹까지 하며 '원팀'을 과시했다. 선거 승리를 위해 공천 과정에서 발생한 '앙금'을 일단 묻어둔 것이다.
국민통합 차원에서 선거와 거리를 뒀던 전직 대통령들의 불문율을 깼다는 지적을 받는 문재인 전 대통령도 27일 경남 거제에 나선 변광용 민주당 후보를 비롯해 부산·울산·경남(PK) 후보 간접 지원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비명계로 일찌감치 이 위원장과 힘을 합치기로 한 대구·경북(TK) 출신의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도 이날 야당에 험지로 꼽히는 부산·경남에서 민주당 후보 지원 유세에 힘을 쏟았다. 이날 서울과 인천을 훑은 이재명 위원장과 역할 분담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