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드는 북 도발 방어체계... 주민 생존권 침해 안 해"

입력
2024.03.28 15:54
성주군민과 원불교가 낸 헌소
심리 7년 만에 전원일치 각하

정부가 2017년 주한미군과 협정을 체결해 경북 성주군에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한 것은 주민들의 생존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8일 성주군민들과 원불교도들이 사드 배치에 찬성한 정부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9명 전원일치로 각하 결정했다. 각하는 소송 제기 자체가 적법하지 않아 실체적 판단을 하지 않고 소송을 종료시키는 것을 뜻한다.

청구인 측은 2017년 4월 사드 배치를 무력화해달라며 헌재를 찾았다. 주민들은 사드 배치가 평화적 생존권, 건강권·환경권,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주민 측은 "사드 배치로 전쟁 가능성이 커지고, 전자파와 소음 방출로 인해 건강이 나빠질 우려가 있다"며 "농경지 접근이 제한돼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됐고 중국도 제재조치를 시행했다"고 강조했다. 원불교도들은 원불교 성지(원불교 두번째 최고지도자인 송규 종사 출생지) 가까운 곳에 사드를 배치해 종교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건 종교의 자유 침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헌재는 사드 배치에 위법이 없다고 봤다. 사드 배치로 인한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헌법소원 심판 청구 또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재는 평화적 생존권 침해 주장에 관해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외부의 무력 공격을 전제한 공동방위를 목적으로 하고 이에 근거한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실험 또는 도발에 대응한 방어태세"라며 "(사드 배치를 뒷받침하는) 주한미군과의 협정이 국민들을 전쟁에 휩싸이게 하여 평화적 생존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건강권·환경권 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사드 체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와 소음의 위험성은 전파법상 인체 보호 기준 등에 현저히 미달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직업의 자유 침해 주장에 대해서는 "농작지 접근 제한과 제재조치는 성주경찰서 소속 경찰 또는 중국 정부의 조치로 인한 것일 뿐"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원불교 측 주장에 대해서는 "주한미군이 사드 배치 부지를 사용하더라도 특정 종교의 교리를 침해하거나 신앙 활동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다"며 "종교 활동이 어려워진 건 군 당국의 후속 조치가 원인이지, 주한미군과의 협정 때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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