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단체가 나서 이례적으로 합법으로 운영되는 비숑프리제종 전문 번식장 내 290여 마리를 구조했다. 단체들은 "합법적 번식업자도 현재 번식업-경매장 구조에서는 동물복지를 고려하면서 번식장을 운영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구조단체 위액트,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등으로 구성된 동물보호단체 연합 '루시의 친구들'은 20일 경북 성주의 한 합법 비숑프리제 번식장을 폐쇄시키고 총 290여 마리를 구조했다고 28일 밝혔다.
해당 번식장 주인은 2016년 비숑 20마리로 번식업을 시작했는데 미니 비숑프리제 등을 추가로 번식시키면서 최근 300여 마리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현재의 번식업-경매장 구조에서는 합법적으로 개를 키워 판매하면서 영업을 이어가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번식시킨 개들을 경매장에서 판매해야 하는데 발정 유도 주사 등을 이용해 기계적으로 개를 '생산'하는 번식업자들과 가격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이곳은 번식장 중에서 환경이 나은 편에 속했다. 뜬장이나 케이지 없이 모든 개가 땅을 밟을 수 있는 환경에서 길러졌고, 운동장까지 갖추고 있었다. 건강 상태는 대부분 양호한 편이지만 구강 상태 등이 좋지 못한 개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카라에 따르면 번식장 주인은 2022년 번식업에 회의를 느끼고 그만두기로 결심했지만 선뜻 문을 닫을 수 없었다. 번식장에서 기르던 개들을 보낼 곳이 마땅치 않아서였다. 폐업한 번식장 동물들은 다른 번식장으로 헐값에 팔려가 번식에 동원되거나 보신탕집으로 팔려가는 길밖에 없었다. 실제 지난해 경기 양평군에서는 번식업자로부터 돈을 받고 받은 개와 고양이 1,200마리를 굶겨 죽이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번식업자가 동물단체에 개들만이라도 살려달라고 호소했고 동물단체들이 이를 수용하면서 개들은 구조될 수 있었다.
동물 단체는 번식장 주인으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고, 해당 시설을 또 다른 번식업자에게 넘기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개들을 구조했고, 현재 각 동물단체가 개들을 나눠 보호와 치료를 하고 있다.
김현지 카라 정책실장은 "이번 번식업자의 사례는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문화, 동물학대와 착취의 근원이 경매장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며 "반려동물의 공장식 번식과 판매를 금지하기 위한 한국판 '루시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