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11월 14일 치러진다. 사교육을 받아야 풀 수 있는 초고난도 문항인 '킬러문항'을 배제한다는 방침은 그대로 유지된다. 교육당국은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이 수능 출제 과정에 개입되지 않도록 출제진을 인력풀에서 무작위 선발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또 학원 문제와 유사한 수능 문항 출제 방지를 위해 수능 전후로 검증 절차를 강화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킬러문항 출제를 철저히 배제하면서도 적정 변별력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수능 문항의 50%는 EBS 수능 연계 교재에 포함된 도표, 그림, 지문을 활용해 출제된다. 수능 시행 관련 제반 사항도 그대로다. 다만 코로나19 유행기에 시험실당 24명 이하로 조정됐던 수험생 배치 기준은 올해부터 28명 이하로 복원된다. 수능에 앞서 치러지는 두 번의 수능 모의평가 시행일은 6월 4일과 9월 4일로 정해졌다.
출제당국이 '킬러문항 없는 수능'을 재차 공언했지만 수험생 입장에서 난이도를 예측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도 같은 출제 원칙이 적용됐지만 결과적으로 국어·수학·영어 모두 어렵게 출제되면서 '불수능' 평가를 받았다. 쉬운 수능을 기대하며 졸업생들이 대거 응시하자 당국이 변별력 있는 문제를 다수 출제하면서 빚어진 상황이었다.
게다가 올해는 의대 입학정원 확대라는 중대 변수까지 있다. 정부 방침대로 의대 정원이 2,000명 확대되면 성적 상위권 졸업생을 중심으로 응시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는 고3 학생 수도 전년보다 2만 명가량(5.1%) 많아 상위권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종로학원은 "수험생 입장에서는 난이도가 어느 정도여야 킬러문항인지 가늠하기가 어렵고 대학별로 2025학년도 전형계획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유동적 상황이라, 불확실성이 매우 크고 어려운 입시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오승걸 평가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해 수능에서 일부 과목이 어려웠다는 평가를 면밀히 분석해 적정 난이도를 확보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수능의 재수생 유입 규모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히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날 '수능 공정성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사교육업체와 출제 인력이 유착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검증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우선 수능 및 모의평가에 대한 수험생의 이의신청 심사 기준에 '사교육 연관성'이 추가된다. 입시학원이 제작한 사설 모의고사 등과 유사한 문항이 나왔다고 수험생이 이의를 제기하면 평가원이 심사해야 한다는 얘기다. 재작년 평가원은 유명 학원강사의 사설 모의고사와 동일한 지문이 활용됐던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을 이의 제기를 물리치고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가 이달 감사원 감사에서 위법성을 지적받았다. 오 원장은 이날 해당 논란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수능 출제진이 합숙을 시작한 이후에 발간된 사설 모의고사도 수능 문제와 유사한지를 검증한다. 이 과정에서 출제당국이 사교육업체 자료를 알음알음으로 입수하는 게 아니라 체계적으로 수집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시중 문제지 및 주요 사교육업체 모의고사 등을 공식 요청을 통해 제출받고 발간 예정 자료도 발간 계획을 제출받아 공식 구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제 인력 관리도 강화된다. 출제위원 선발은 상시 인력풀을 구성해뒀다가 전산으로 무작위 선정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추천을 받은 사람 가운데 평가원이 선정하는 기존 방식을 변경해 출제진에 대한 예측불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인력풀에 들어갈 예비 출제위원은 교육청과 대학 등 관계기관의 협조를 받아 사전 검증을 거친다. 출제 경력을 홍보하는 등 부적절 행위가 적발되면 바로 배제한다. 아울러 수능 및 모의평가 출제자에겐 소득 관련 증빙서류를 제출받아 사교육시장에서 영리를 취한 사실이 드러나면 배제한다. 지난해 9월 수능 모의평가부터 시행된 절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