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군마현 당국이 지난 1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 추도비 철거 전 주일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여러 차례 군마현 지사와의 면담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28일 보도했다. 한국대사관은 추도비가 철거된 이후에도 지사와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군마현은 계속 거부하다 이날 보도 후 비판이 쇄도하자 입장을 바꿨다.
아사히에 따르면 한국대사관 직원은 군마현 다카사키시 현립 공원 '군마의 숲'에 있던 조선인 추도비 철거 공사가 시작되기 1주일 전쯤 군마현 담당 부장을 만났다.
대사관 측은 담당 부장에게 추도비 문제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해 야마모토 이치타 군마현 지사와 대사관 간부 간 면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군마현은 며칠 뒤 대사관에 면담 거절을 통보했다. 군마현은 계획대로 1월 29일 공사를 시작해 2월 2일 철거를 마쳤다. 한 외교 소식통은 "군마현에 추도비 이설 등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해 여러 차례 지사와의 면담을 요청한 것이 맞다"며 "철거가 끝난 뒤에도 면담을 요청하고 있지만, 군마현은 계속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야마모토 지사는 철거를 앞두고도 한국 측이 접촉한 바가 없다고 발언해 왔다. 그는 지난 1월 25일 기자회견에서 "외교 경로로 이야기는 오지 않았다"고 말했고, 지난달 1일과 8일에도 "외교 문제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 연락도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2월 15일 기자회견에서는 '한국대사관 측으로부터 접촉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공식적으로는 어떤 형태로 면회하고 싶다고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공식'이라는 표현에 대한 의미에 대해서는 "더는 코멘트할 수 없다"며 답을 피했다.
다만 이날 보도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야마모토 지사는 윤덕민 주일 대사로부터 면회 요청이 있어서 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22일 한국 대사 명의로 '한일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취지의 편지가 왔다"면서 "오늘에서야 전문을 읽고 면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도 철거 공사 전 "(한국대사관으로부터) 공식적인 연락은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는 일본 시민단체가 2004년 설치했다. 그러나 군마현은 2012년 추도비 앞에서 열린 추도제에서 참가자가 '강제 연행'을 언급해 "정치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어겼다는 우익 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다. 이어 군마현 조치가 적법하다는 일본 최고재판소(한국 대법원에 해당) 판단을 근거로 철거를 강행했다. 추도비 뒷면에는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는 내용의 비문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