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나온 '국회 세종 완전 이전', 총선용 허언 안 돼야

입력
2024.03.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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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 이전해 정치ㆍ행정 수도로 완성하겠다는 총선공약을 27일 전격 꺼내 들었다. 기존 여의도 국회 공간은 서울의 새 문화ㆍ금융 랜드마크로 개발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중요한 결단을 해서 국민께 선택을 구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합당한 논의 없이 국가대사를 주머니에서 꺼내듯 불쑥 공약으로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국회 세종시 완전 이전은 현재 추진 중인 ‘부분 이전’ 계획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국회는 전체 17개 상임위원회 중 12개와 예산정책처ㆍ입법조사처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내용의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ㆍ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을 통과시켰다. 한 위원장은 “지금 계획대로면 세종에서 국회 상임위를 마치고 본회의 표결을 위해 서울로 이동해야 하고, 부처 장ㆍ차관 등 공무원도 서울과 세종을 더 자주 오가야 하는 등 비효율이 커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세종시 행정수도 건설계획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시작됐으나, 근년 들어 본격 추진된 건 노무현 정부 들어서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인 2013년을 전후해 정부 부처가 대거 세종청사로 이전한 이래, 국회와 대통령실 세종시 이전을 적극 추진해 온 쪽은 진보정권이었다. 지난해 국회 부분이전을 위한 규칙안 처리도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했다. 따라서 한 위원장의 이번 공약은 국회와 대통령실 이전에 소극적이던 기존 여당의 당론을 뒤집은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한 위원장의 이번 공약은 충청ㆍ세종 지역 등 선거판세를 겨냥한 승부수 성격이 짙다. 그래도 ‘반쪽 행정도시’로 각종 무리를 낳고 있는 세종시를 온전한 행정수도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성실한 공약이 되려면 입법부를 포함한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2004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의 문제 해법 등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 기존 입장과 다른 만큼, 이번 공약이 총선 후에도 견지될 국민의힘 당론이라는 점도 확인될 필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