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료에 포함한 출국납부금이 4,000원 낮아진다. 복수여권(유효기간 10년) 발급 시 부과하던 국제교류기여금을 3,000원 하향 조정하고, 영화 관람료에 들어 있는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입장권 가액의 3%‧약 500원)은 폐지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 후 두 달여 만에 정부가 부담금 개편안을 내놨다. 그러나 연간 2조 원 안팎의 경감액 중 국민이 체감할 부분은 크지 않아 ‘반쪽짜리 완화책’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담금 완화에 따른 가격 인하를 기업의 ‘선의(善意)’에 맡겨 놓은 점도 한계다.
27일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관계 부처가 발표한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보면, 정부는 91개 부담금 중 32개(18개 폐지‧14개 감면)에 칼을 댔다. 부담금 경감효과는 연간 2조 원. 32개 부담금 연간 총액(9조2,000억 원)의 약 22%다. 국민건강‧원자력안전관리‧생태계보전‧광역교통시설 부담금 등 필수적인 부담금 55개는 제외했다. 골프장 입장료 부과금 등 나머지 4개는 이미 정비 중이다.
부담금은 공익사업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부담금관리기본법에 따라 걷는 돈이다. 대다수 국민은 모르고 내는 경우가 많아 ‘그림자 세금’으로 불린다. 앞서 1월 윤 대통령이 “국민‧기업 부담을 실제로 덜어 주려면 현행 부담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 후 정부는 민‧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개선 방안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국민 체감도가 클지는 미지수다. 영화관 입장료 부과금 500원은 물론, 부담금 부과율을 올해와 내년에 0.5%포인트씩 낮추기로 한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경감액도 연간 8,000원(4인 가구 기준)에 그친다. 부과율을 한시적으로 낮춘 자동차사고 피해지원사업 부담금 완화 금액은 차량 1대에 연간 600원이다. 액화천연가스(LNG) 같은 석유대체연료의 수입‧판매 시 부과하는 부담금의 경감액도 연간 6,160원 남짓(4인 가구 기준)이다.
줄어든 부담금이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도 명확하지 않다. 최보근 문화체육관광부 기조실장은 “입장료는 영화 상영관에서 결정한다. 부담금 폐지가 영화가격에 반영되도록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언성 기재부 재정관리관도 “LNG 수입 부담금 조정이 가스요금 인하로 연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 체감도는 크다. 단일 경감액으로 규모가 가장 큰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올해 4,328억‧내년 8,656억 원)만 해도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일수록 큰 혜택을 보게 된다.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폐지한 학교용지부담금(3,598억 원), 올해 한시적으로 감면한 건설 개발부담금(3,082억 원) 혜택은 모두 건설사 몫이다. 김 재정관리관은 “건설경기 활성화와 분양가 인하로 국민 부담 완화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수 불안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부 재정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부담금 폐지‧감면 시 해당 부담금이 지원해 온 사업의 예산 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여유가 있는 기금 등으로 재원을 보충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기금 여유분은 써도 줄지 않는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기금에서 끌어 쓰다 보면 결국 재정운용 여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