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창고 찾고 택배 단가 낮추고…알리의 현지 진격 2탄 '물류'

입력
2024.03.28 04:30
14면
국내 물류센터, 수도권 창고 활용할 듯
비용 낮추기 위해 국내 택배 신규 계약
"가격 이은 물류 경쟁력, 위협적"


중국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알리)가 한국 공략 성패를 가를 물류 현지화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연내 대규모 물류 창고를 마련해 중국산 제조품이 고객에게 도착하는 시간을 줄이고 국내 배송을 맡는 '짝꿍' 택배 회사도 비용 절감 차원에서 새로 찾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산 제조품 판매를 시작한 데 이은 '현지 진격 2탄'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알리는 연내 2억 달러(약 2,632억 원)를 투입해 축구장 25개 크기인 18만㎡ 규모의 물류 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최대인 쿠팡의 대구 물류센터 33만㎡보단 작지만 대형급으로 평가받는 마켓컬리의 평택 물류센터 20만㎡와 맞먹는다. 3년 동안 1조4,800억 원을 쏟겠다는 투자 계획의 핵심이다. 이에 질세라 쿠팡도 이날 3조 원 규모의 물류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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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는 물류센터 위치 등은 알리지 않았다. 업계는 수도권 내 비어있는 대형 창고를 사들여 물류센터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알리가 밝힌 '연내 건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부지를 구해 새로 짓는 것은 최소 2, 3년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다. 게다가 지역 주민 반발까지 더해지면 기간은 길어지기 쉽다.

공실 상태인 수도권 내 물류센터가 많아 싸게 구할 수 있는 점도 알리에 좋은 조건이다. 물류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동안 온라인 쇼핑 확산을 등에 업고 크게 늘어 공급 포화 상태다.



알리, 판매가 낮추는 수수료 면제도 연장



단일 규모로 18만㎡ 크기의 물류센터 부지는 없어 알리는 여러 창고를 나눠 사들일 가능성이 크다. 알리는 로지스올, CJ대한통운 등이 보유한 물류센터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항공, 선박으로 넘어오는 중국산 제품을 보관하는 물류센터가 갖춰지면 일주일 이상 걸리는 알리 배송 기간은 짧아지게 된다.

알리는 물류 부문에서 다른 변화도 예고하고 있다. 5월부터 1년 동안 한국 고객에게 주문 물품을 전달할 통관·배송 업체를 고르기 위한 경쟁 입찰을 진행 중이다. 기존에는 CJ대한통운이 수의 계약으로 알리 물량의 80%를 맡고 나머지는 한진택배, 우체국(우정사업본부)이 담당하고 있다.

알리는 택배 신규 계약 방식을 수의 계약에서 경쟁 입찰로 전환하면서 보다 유리한 위치에 올라섰다. CJ대한통운에 배송 물량을 지금처럼 몰아주더라도 경쟁 입찰을 통해 더 낮은 가격에 계약을 맺을 수 있어서다.

배송 시간·비용을 줄이는 국내 물류센터 완공, 신규 택배 계약은 쿠팡, 네이버쇼핑 등 국내 경쟁자처럼 사업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알리가 지난해 10월 한국산 물품 전용 판매 공간인 'K베뉴'를 연 것과 같은 현지화 전략이다. 알리는 저가 중국산 제품은 물론 K베뉴를 통해 질 좋은 한국산 제품을 내세우며 국내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알리는 이날 K베뉴 입점 기업에 대한 수수료 면제를 6월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입점 기업은 같은 상품이더라도 알리 판매가를 다른 곳보다 낮게 책정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리가 가격 경쟁력과 함께 물류 경쟁력까지 생기면 쿠팡 등 국내 유통 기업에 더 위협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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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