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혁신은 돈 들지 않는 투자...이념 아닌 민생 기반 환경정책 추진"[인터뷰]

입력
2024.03.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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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준 환경부 차관>
80여 차례 산업현장 찾아 환경규제 애로 청취
장관 직속 TF 통해 기업 환경부담금 개선 검토
분리배출부터 재활용까지 혁신기술로 전면 개편
택배포장 규제 유예, 현실 맞게 보완하는 차원

“기후위기 시대 기업의 탄소중립과 생존을 지원하는 것은 환경부의 당연한 역할이다. 환경 보호라는 목표는 그대로 지키되, 과도한 규제는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지난 22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소신을 밝혔다. 1993년 행정고시(37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이래 주로 국무조정실에서 근무하며 '정책통'으로 꼽혀온 임 차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실 국정과제비서관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7월 환경부 차관으로 임명됐다. 취임 후 높은 국정철학 이해도와 탁월한 정무적 판단으로 환경부 정책 수행에 속도감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음은 임 차관과의 일문일답.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환경 정책은.

“이념과 진영이 아닌, 민생과 국민 안전을 중심으로 물관리 패러다임을 전환하고자 노력했다. 4대강 보를 존치해 정상화하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주보·백제보는 오는 4월, 세종보는 5월부터 담수 기능이 정상화된다. 올해는 홍수 대응 예산도 2배로 늘렸다. 국민 안전을 생각해 우기 전에 신속하게 집행을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해 폭우로 사고가 난 제방 등을 복구하고 필요한 지역에는 하천 준설을 통해 인명 피해는 물론 재산 피해도 최소화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취임 후 환경산업은 물론 산업계 전반과의 소통을 늘렸다.

“취임 후 80여 차례 산업현장을 방문했다.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환경 규제로 발목이 잡힌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킬러규제 1호로 꼽힌 화평·화관법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 법 개정을 통해 유럽연합(EU)보다 10배 높았던 신규화학물질 등록 기준을 조정하고 독성 유형에 따른 유독물질 검증 체계를 확대했다. 기업을 옥죄지 않고도 국민 안전을 보장하는 방향이다.

환경부는 올해 장관 직속 태스크포스(TF)로 환경개혁전담반을 신설했다. 각종 환경부담금을 심도 있게 검토할 예정이다. 규제 개선이 흔들림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차관으로서 잘 도울 계획이다. 규제 혁신은 돈이 들지 않는 투자이기 때문이다.”

-녹색산업 수주지원단장이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는 녹색산업은 무엇인가.

“대학 시절 꿈이 상사맨이었다. 내 물건을 판다는 심정으로 통역 없이 직접 소통하며 세일즈를 하고 있다. 지역별로 공략할 녹색 분야를 정해 접근하고 있는데,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서는 공적개발원조(ODA)를 접목한 환경 시설·설비를 수주하는 데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가 개도국에서 빠르게 발전한 만큼 상하수도나 폐기물시설 같은 전통적인 환경 설비에 강하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은 그린수소와 해수담수화 등을 공략하고 있다.”

-쓰레기 종량제 실시 30년 차다. 순환경제 주무부처로서 향후 중점 추진할 사항은?

“그동안 국민 의식이 높아지고 기술도 크게 발전했다. 특히 국민들이 세심하게 분리 배출을 하고 있지만 노고에 비해 재활용 효율은 아쉽다. 배출 편의성은 물론 분리 선별, 고품질 재활용원료 확보 등 순환경제의 각 단계에 혁신 기술이 적용되도록 전체적 틀을 다시 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자원안보를 강화하고 국제적 규제 강화에 대응하는 일환이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 완화’ ‘택배포장 규제 계도기간 부여’ 등 최근 환경부 결정을 두고 정책 후퇴라는 비판이 나온다.

“폐기물을 줄여야 한다는 큰 방향은 맞다. 하지만 무조건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고 과태료를 부과한다면 파리를 잡기 위해 대포를 쓰는 과잉 행정이 될 수 있다. 택배포장 기준의 경우 정부가 일일이 포장공간비율을 확인하면 기업활동 침해인 만큼 소비자 신고를 받는 대안을 고려했는데, 이 역시 전 국민을 파파라치로 만드는 셈이다. 2년간의 준비 기간을 두되 현실에 맞고 실행 가능하게 보완하는 게 정부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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