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말 길~다… '역대 최장' 51.7㎝ 투표용지
입력
2024.03.27 11:47
권정환
기자
권정환
기자
knuckles1205@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당신이 관심 있을만한 이슈
의대 증원 탄력 받는다
관련기사
643
전공의 복귀 디데이에도 1만명 중 600명만 출근... 정부 "복귀해야 선처 고려"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수련병원을 대거 이탈한 지 3개월째인 20일, 정부는 이날이 내년 초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며 전공의 복귀를 거듭 촉구했다. 동시에 현행 규정상 이탈 기간을 실제보다 짧게 산정해줄 여지가 있다며 유화책을 제시했다. 전공의들은 요지부동이다. 주요 수련병원 전공의 출근율이 6%대에 불과한 가운데, 내년 3,000명에 가까운 신규 전문의 배출 일정이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정부와 의사계가 속히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집단사직 3개월이 되기 전 개인의 합리적인 이성에 따라 판단해 복귀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 근무하던 레지던트 9,996명 가운데 이달 16일 기준 출근한 사람은 617명(6.2%)이다. 미출근 전공의 9,300여 명의 대다수는 지난 2월 19일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튿날인 20일부터 출근하지 않은 이들이다. 2월 20일 기준 사직 인원은 8,816명이다. 올해가 마지막 수련연차인 레지던트 4년차(일부 과목은 3년차)는 이날이 전문의 시험을 내년에 제때 치르기 위한 복귀 데드라인이다. 전문의수련규정에 따르면, 수련 중인 전공의가 3개월 이상 자리를 비우면 전문의 시험을 칠 수 있는 시기가 1년 연기된다.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을 치를 예정인 레지던트 3·4년차는 2,910명으로 집계된다. 정부는 '복귀 데드라인은 5월이 아닌 8월'이라는 의료계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도 했다. 박 차관은 "휴일을 임의로 포함·제외하는 계산방식은 합당한 법 해석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의정 대화를 재차 촉구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의료계는 원점 재검토, 전면 백지화 등 국민 눈높이에 안 맞고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내세우지 말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는 형식과 의제에 제한 없이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복귀 기간이 3개월을 넘는 전공의에 대한 구제 가능성도 열어놨다. 조 장관은 '휴가, 휴직 등 부득이한 사유로 수련하지 못할 때는 1개월을 추가 수련기간에서 제외할 수 있게 허용한다'는 전문의수련규정 조항을 들어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수련병원에 소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간 정부가 전공의 집단행동은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누누이 강조해온 점에 비춰 특혜 논란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미복귀 전공의에게 3개월 의사면허 정지처분을 내리겠다던 기존 방침과 관련해서도 박 차관은 "전공의들이 일단 돌아와야 정상참작 관점에서 검토해볼 수 있다"며 입장 변화를 보였다. 정부가 시행령인 전문의수련규정을 개정해 3개월 이상 미복귀 전공의를 구제할 수 있다는 관측에도 박 차관은 "불법 이탈의 상태가 교정되지도 않았는데 관련 규정 개정을 말하는 건 너무 앞서 나가는 일"이라며 "복귀가 전제돼야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의사계는 전공의 복귀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공의들의 입장은 전혀 변함이 없고 같이 싸우는 학생들의 입장은 오히려 더 강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전공의들은 "정부가 먼저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우병준 서울대병원 전공의 공동대표는 이날 보도된 언론 인터뷰에서 "전공의들은 사직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긍지와 자부심이 깨져 남은 수련기간을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일 공동대표도 같은 인터뷰에서 "그간 정부는 의사를 문제 해결을 위한 동료로 보는 게 아니라 정책 추진을 막는 장애물로 규정했다"며 "의사를 적으로 보지 말고 대화 주체로 봐달라"고 호소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지난 16일 서울고법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기각·각하 결정과 관련, 이날 "올해 대입전형 시행계획 승인과 모집요강 발표를 남은 법원 결정 이후로 미뤄달라"고 촉구했다. 전의교협은 의대 증원이 반영된 대입 모집요강이 발표될 경우 일주일간 휴진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들은 "이달 말에 발표해도 되는 모집요강 발표를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며 "의대생 1만3,000여 명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의 항고심 재판부와 대법원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내년도 의대 증원은 일단락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의사단체의 대응 움직임도 분주하다. 의협은 22일 의대 교수, 시도의사회장과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23일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란 대통령 헬기추락 사망
관련기사
8
내부 정적 소행? 이스라엘 관여?... ‘이란 대통령 헬기 추락’ 음모론 난무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사망을 야기한 ‘헬기 추락’ 사건의 정확한 원인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악천후에 따른 사고”라는 게 이란 당국의 공식 설명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란 내부 또는 외부 세력의 개입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암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따라서 라이시 대통령의 죽음이 또 다른 중동 무력 충돌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20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언론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일단 이란 정부는 전날 해당 헬기가 험준한 산악 지대를 통과해 비행하던 중 짙은 안개와 구름, 폭우 등을 만나 추락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당시 가시거리는 5m 정도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적인 조종은 물론, 비상착륙마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대자연’을 범인으로 지목한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란 정치에선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상당수 이란인은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라이시 대통령 또는 이란이 처한 안팎의 정세를 고려할 때, ‘사고를 가장한 암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라이시는 (권력에서) 밀려난 상대적 온건파부터 그를 ‘무능한 대통령’으로 여기는 (강경) 보수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내부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며 “국내의 적이 라이시를 죽이려고 공모했다는 의심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소행일지 모른다는 추측도 난무한다. 최근 양국의 충돌 때문이다. 지난달 1일 이스라엘군이 시리아에 위치한 이란영사관을 폭격하자, 이란은 2주 후 300발 이상의 미사일·로켓 공격을 이스라엘 영토에 퍼부으며 보복했다. 이스라엘도 엿새 만에 이란 본토에 재보복을 감행했다. 게다가 과거 이스라엘 첩보 기관 모사드가 이란 핵 과학자들을 암살한 전례도 있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이 전쟁을 일으킬 게 명백한 ‘국가원수 암살’ 수준까지 간 적은 없다”며 이번 사고와는 무관할 것이라고 점쳤다. 실제로 아직까지는 이스라엘의 소행을 의심할 만한 어떤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기체 결함 가능성도 있다. 해당 헬기는 1968년 초도 비행을 한 미국산 ‘벨-212’ 기종이다. 미국의 제재에 직면한 이란은 헬기 정비를 위한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악천후 속에서 노후 헬기에 기계적 문제까지 생겨 추락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미 정보 당국이 타살 증거는 없다고 알려 왔으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사고’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기사
1031
'라파 지상전' 미국 거듭 만류에도… "피란 가서 괜찮다"는 이스라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역에서 공습을 퍼부은 19일(현지 시간)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스라엘을 찾아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의 전면전을 다시금 만류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측은 라파 주민들이 대거 피란을 떠나 괜찮다며 여전히 라파 지상전 방침을 고수하는 태세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역에서 폭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측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이날 이스라엘 공습으로 최소 28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은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공습으로 희생됐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IDF)은 대규모 난민 수용소가 조성된 가자 북부 자발리아로도 깊숙이 진입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도 "이날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중부 누세이라트, 남부 칸유니스와 라파에서 이스라엘 공습이 보고됐다"고 전했다. 특히 가자지구 북부에서 IDF는 마지막으로 운영되던 의료시설 중 한 곳인 알아우다 병원을 포위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같은 날 미국은 이스라엘에 라파 진격을 다시금 만류했다. 이날 설리번 보좌관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 후,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설리번 보좌관은 라파에 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피란민이 밀집한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의 지상전을 민간인 대규모 살상 우려로 반대해 왔다. 이날도 설리번 보좌관이 라파에서 전면전 대신 하마스를 표적으로 한 작전만 진행하도록 이스라엘을 압박했을 것이라고 로이터는 예상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여전히 라파 지상전을 고집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이스라엘 관리는 회담에 앞서 미국에 라파 진격의 필요성을 다시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2일간 라파에서 팔레스타인인 절반가량이 대피해 미국의 우려가 누그러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필립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 집행위원장은 지난 18일 엑스(X)에서 "다시 한번 라파 인구 절반에 가까운 80만 명이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라파로 몰려든 피란민은 140만 명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이들 중 절반이 또다시 피란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수십만 명이 라파에 남아 있을뿐더러, 거듭 피란길에 오르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라자리니 위원장은 "가자지구 사람들이 '안전한', '인도주의적'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민간인의 생명은 매번 심각한 위험에 처한다. 가자지구에는 안전지대가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김호중 음주운전 사고
관련기사
26
증거·압박에 김호중 '백기' 들었지만... 진짜 수사는 이제부터
증거는 넘쳐나고 여론도 돌아섰다. 심지어 범행까지 실토했다. 단 처벌은 쉽지 않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33) 사건의 현주소를 진단하면 이렇다. 그의 자백으로 술을 먹었느냐 안 먹었느냐는 음주 논란은 일단락된 상태. 유명 연예인의 범죄행위에 쏟아지는 국민적 관심을 감안해 경찰은 사건 관계자들의 출국을 전부 금지하는 등 고강도 수사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사법처리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려면 '혈중알코올농도 0.03%'라는 수치를 충족해야 한다. 그것도 사고 당시여야 한다.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0일 김호중과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 거짓 자수를 한 매니저 A씨,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한 소속사 본부장 B씨 등 4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김호중 측이 전날 "음주운전을 했다"고 시인하면서 수사 강도를 한층 끌어올린 것이다. 당초 "술잔에 입만 댔을 뿐, 술은 마시지 않았다"던 김호중의 돌연한 태세 전환에 여러 추측이 나온다. 우선 ①속속 공개되는 '정황 증거'에 백기를 들었다는 해석이다. 거듭된 결백 주장에도 △400m 거리 대리운전 △음주운전 무마 관련 녹취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주변인 목격담 등 모든 증거가 음주운전을 가리키자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②그사이 여론도 극도로 악화했다. 일반 대중은 물론 일부 팬들까지 명백한 증거에도 김호중이 줄곧 혐의를 부인하자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러다 자칫 연예계에서 퇴출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빠른 입장 선회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또 위증을 고수하다 형량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③'자백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입장에서 음주운전 여부를 두고 공방 끝난 건 다행이나 앞으로가 더 난관이다. 공인에다 음주운전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국민적 눈높이에 걸맞은 결과물을 내놔야 하지만 혐의 입증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 무엇보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는 사실 자체가 도덕적 비난은 받을지언정 단죄를 보장하는 충분조건은 아니다. 운전 시점에 '혈중알코올농도가 0.03%를 넘었다'는 증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 때문에 사고 직후 김호중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지 못한 경찰은 음주자의 신체, 술 종류, 음주량 등을 토대로 수치를 예측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할 계획이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어디서 얼마나 마셨고, 음주와 사고 시점 사이에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과관계를 입증할 것"이라며 위드마크 공식 적용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위드마크도 능사는 아니라는 점이다. 김호중과 비슷한 사례로 재판에 넘겨진 방송인 이창명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2016년 사고 발생 9시간 만에 경찰서에 출석했는데, 음주 측정결과 음성이 나왔다. 그때도 음주운전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위드마크 수치를 계산해 기소했으나 1·2심은 물론 대법원까지 모두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확한 음주량 및 시간이 특정되지 않아 위드마크의 공신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심지어 김호중은 음주 측정을 받기까지 이씨보다 두 배나 많은 17시간이 걸렸다. 김호중처럼 음주운전을 시인하고도 무죄가 나온 사례 역시 있다. 2015년 이른바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에서 가해자는 도주 19일 만에 자수했다. 그가 경찰 조사에서 "소주 4병을 마셨다”고 인정하자 검찰은 위드마크 공식에 맞춰 가해자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0.162%로 추정해 기소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사법부는 이씨 판결 때와 비슷한 취지로 음주운전 혐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는 "위드마크만으로 음주운전이 인정된 사례는 드물다"며 "김호중 측도 법정에서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높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신 술의 총량이 중요한 게 아니라 김호중이 얼마 동안 누구와 몇 잔을 마셨는지까지 세밀하게 입증해야 법원을 설득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