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덮은 대파, 경기는 '어게인 2020'… 與 10석 남짓, 野 50석 안팎[총선 판세 전망]

입력
2024.03.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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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경기
장성철 "여당, 21대 선거보다 힘들 수도" 
격전지는 분당갑·을 수원병·정 '반도체 벨트' 
"반도체보다 대파, 제3지대보다 조국 영향력"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선거구(60개)가 있는 경기도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전체 59석 중 51석을 휩쓸면서 압승을 한 지역이다. 20대 총선에서도 40석을 민주당이 가져갔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구도다. 이를 의식한 여권은 선거지원 논란 속에 윤석열 대통령이 27일까지 23차례 민생토론회 중 9번을 경기도에서 열고, 반도체 벨트 집중 공략과 경기 김포의 서울시 편입 등을 이슈화하면서 구도를 흔드는 데 주력했다.

전문가들은 4·10 총선을 2주 앞둔 시점의 판세 분석에서 경기도는 21대 총선 결과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국민의힘 최대치'를 10석 안팎으로 전망했다. 체감경기에 더 민감한 수도권 지역의 특성과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어게인 2020' 구도가 유력해지는 흐름인 것이다. 다만 여야의 지지율 흐름 주기가 짧게 변하고 있는 이번 선거의 특성상 민주당의 실책이 나올 경우, 의석수가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 못 한다.


민주당 50석·국민의힘 10석 안팎… 격전지는 분당

경기 여주양평과 이천, 동두천양주연천을 등 지난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이 승리한 도농복합지역을 빼곤 여당의 탈환이 유력해 보이는 지역이 없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국민의힘이 현재보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할 요인이 없다"며 "지난 총선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 선거의 흐름은 남부의 '반도체 벨트’(성남·용인·화성·수원·평택) 20개 지역구가 좌우한다. 특히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5개 지역구에서 전패한 수원 공략에 공을 들였다. 수원을 중심으로 용인과 화성에 평택까지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이재명계 인사들로 맞불을 놓은 민주당 우세 분위기를 좀처럼 넘지 못하는 양상이다. 다만 민주당 47~50석, 국민의힘 최대 10~13석을 전망한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팔달구를 품고 있는 수원병은 여당 소속이었던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5선 의원을 지냈을 정도로 보수 지지층이 남아 있고, 수원정은 여론조사 흐름이 접전으로 붙는 양상"이라 끝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당초 여당 우세가 점쳐졌던 성남분당갑· 을이 전문가들의 공통적 격전지로 분류된 것도 야당의 상승세와 여당의 고전 흐름을 반영한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정권 심판론이 전면으로 부상하면서 국민의힘 우세 지역이 접전지로, 당초 격전지로 분류된 지역에서 민주당이 앞서는 흐름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소장은 "성남분당갑·을의 경우, 부동산에 대한 민감도 때문에 서울과 유사한 투표성향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가에 민감한 30~50대… 대파가 반도체 벨트 덮었다

경기도 유권자의 인적 구성상 물가나 금리 등 '지갑' 문제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현재의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도민 평균연령은 43.1세로 전국에서 세종시(38.8세)에 이어 두 번째로 젊다. 서울(44.5세)보다도 1세 이상 젊다. 특히 화성을·병·정, 파주갑, 평택병, 수원정 등은 평균연령이 30대로, 자산형성을 갓 시작한 사회초년생 비중이 크다. 장 소장은 "물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30~50대가 주로 사는 지역이 경기도"라면서 "윤 대통령의 '대파' 발언이 이들의 분노감을 더 키웠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섭 주호주대사 임명 논란과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테러 발언 등 정권심판론을 키운 이슈에 다른 지역보다 더 민감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소장은 "용산에서 터진 두 리스크(이종섭·황상무)가 그동안 누렸던 '한동훈 비대위원장' 효과를 한번에 날렸다"면서 "반도체 벨트나 용인 특례시 같은 정책적 배려로 해당 지역 유권자 표심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야당의 '관권 선거운동' 비판에도 경기도에서만 민생토론회를 9번 진행했다.


조국혁신당 상승세의 명암

남은 선거 기간, 경기도를 흔들 수 있는 변수는 조국혁신당과 선명성 경쟁에 나선 민주당의 자책골로 꼽힌다. 일단 조국혁신당 지지층이 '지민비조'(지역구 의원은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흐름을 띠고 있는 만큼, 경기도 지역구 선거에서도 민주당 우세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조국혁신당과 선명성 경쟁에 나선 민주당의 무리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실제 이재명 대표도 연일 설화에 휩싸이면서 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 대표가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을 입에 올리기 시작한 것은 조 대표와의 ‘야권 원톱’ 경쟁을 의식한 것"이라며 "'조국 바람'이 잦아들고, 여권 악재가 희석되면 다시 민주당-조국혁신당의 '제로섬' 양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경기도 판세와 관련해 3지대 후보들의 막판 변수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개혁신당 양향자 의원이 나선 용인갑과 이준석 대표가 출전한 화성을, 심상정 녹색정의당 의원이 현역인 고양갑 등을 꼽았다. 국민의힘 최대치를 12석으로 전망한 신율 명지대 교수는 "만약 김포의 서울 편입 이슈가 다시 부각된다면 인접한 의왕과천이나 구리 같은 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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