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州) 서부의 웨스트 라피엣에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내에 첨단 반도체 패키징(후공정)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그간 부지를 물색해 왔다. 패키징은 웨이퍼 형태로 생산된 반도체를 자르고 전기 배선 등을 연결해 기기에 탑재할 수 있는 형태로 조립하는 것으로, 반도체 생산의 마지막 단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K하이닉스 이사회가 조만간 웨스트 라피엣에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승인할 예정이라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 공장 건설에 40억 달러(약 5조3,72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가동 시점은 2028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 공장 건설로 최대 1,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연방과 주 정부의 세금 인센티브 등 지원이 자금 조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웨스트 라피엣은 미국 최대 규모의 반도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 중 하나인 퍼듀대가 있는 곳이다. SK하이닉스는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와 인텔이 공장을 짓고 있는 애리조나주도 고려했으나, 퍼듀대를 통해 엔지니어 등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인디애나주를 최종 선택한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 1일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주를 공장 부지로 정했으며, 이 공장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갈 고대역 메모리(HBM) 제조에 특화한 시설이 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를 훨씬 빨리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든 반도체로,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세계 HBM 시장을 삼성전자와 양분 중이고, 특히 최신 HBM인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한국에서 HBM 칩을 생산해 패키징하고 있는데, 미국 내 공장이 생기면 일부 물량을 이곳에서 처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딜런 파텔 세미애널리틱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 공장은 대규모 HBM 패키징을 위한 미국 내 첫 주요 시설이 될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반도체 산업 컨설팅 회사인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스트래티지스의 헨델 존스 최고경영자는 "SK하이닉스가 미국에 패키징 시설을 짓는 비용은 한국에 비슷한 공장을 짓는 것보다 약 30~35% 더 들 전망"이라며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이 비용 일부를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