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수소 경영'...모빌리티 이어 철강까지 확장한다

입력
2024.03.27 09:00
포스코 이어 현대제철, 3년 걸쳐 LNG 발전소 짓기로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건립 추진 중인 LNG 터미널 연계
“철강 탈탄소 수단 많지 않은 가운데 어쩔 수 없는 선택”


포스코에 이어 현대제철도 제철소 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짓는다. 이어 2030년 수소발전도 적극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탈(脫)탄소 적용 수단이 많지 않은 전통 굴뚝 산업의 상징 같은 철강업계도 탄소 줄이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수소를 그룹 경영의 열쇳말로 삼고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점도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대제철은 2025년부터 3년 동안 8,000억 원을 투입해 충남 당진제철소에 LNG 발전소를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환경단체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전 간담회를 열었으며 6월 전체 설명회를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이 발전소에 필요한 LNG는 포스코인터내셔널, LX인터내셔널, 충남도 등이 당진시 송악읍 약 20만㎡ 부지에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짓는 당진 LNG 터미널에서 공급받을 예정이다.

당진제철소는 그동안 철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생가스를 자가 발전의 주 에너지원으로 삼았다. 하지만 LNG 발전을 통해 제철소의 탄소 배출 저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로 대신 전기로를 통해 철 생산량이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인천·포항 공장을 포함해 고로와 전기로의 비중이 5대 5 정도로,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한 철강 생산 비중이 높은 편이다.



"세계시장 '그린 철강' 압력도 높아져"


포스코도 앞서 LNG 자가 발전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에 2000년, 포항제철소에 2001년 각각 LNG 자가 발전소를 만들어 전체 발전소 에너지 소비량의 약 10%를 감당하고 있다. 포스코는 LNG 자가 발전으로 만든 전기를 공장을 돌리는 데 쓴다는 설명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석탄 등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써서 철을 생산하는 혁신 기술인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정의선 회장과 현대차 그룹이 수소차와 수소 발전에 적극적이란 점도 계열사 현대제철의 이런 움직임에 영향을 줬다. 당진제철소는 2030년 자가 발전소의 에너지원으로 LNG와 수소를 섞는 수소혼소발전을 거쳐 궁극적으로 수소 발전소로 탈바꿈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차 그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수소 생태계가 형성되면 (현대제철의) 철강도 이에 발맞출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단 LNG 발전에는 가스 누출 위험이 있다. 현대제철의 사전 주민 설명회에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용을 권고하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제철소 운영에 필요한 전기생산량 등을 고려했을 때 탄소 저감에 LNG 발전이 그나마 실현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란 설명이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LNG 자가 발전은 철강 산업에서 탈탄소 목표에 적용할 수단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며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 수요자들이 '그린 철강'을 실현해 달라고 압박하는 것도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