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플레이, 블러, 시저(SZA)와 한 무대에 오르는 스트레이 키즈, 세븐틴, 르세라핌. K팝 그룹들이 미국과 영국의 대형 야외 페스티벌 출연자 명단에 최근 세계적 팝스타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K팝 스타들의 티켓 파워가 급성장하면서다. 이들의 몸값이 급등하면서 정작 국내 음악 축제에선 만나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남성 그룹 세븐틴은 최근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악 축제로 꼽히는 영국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출연(6월)을 확정했다. 2010년대 최고은, 잠비나이 등 국내 인디 음악가들이 글래스턴베리 무대에 선 적이 있지만, 가장 큰 무대인 ‘피라미드’(12만 명 수용)에 오르는 건 세븐틴이 처음이다. 세븐틴은 9월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롤라팔루자에도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나서는데 이 역시 K팝 가수로는 처음이다.
롤라팔루자의 ‘본점’ 격인 미국 시카고 공연(8월 초)에선 스트레이 키즈가 헤드라이너를 장식하고 아이브도 무대에 오른다. K팝 가수가 미국 롤라팔루자 헤드라이너 자리를 차지한 건 2년 전 방탄소년단(BTS)의 제이홉과 지난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롤라팔루자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 공연 때도 스트레이 키즈를 헤드라이너로 선정했다.
2011년 인디 음악가 EE를 시작으로 일찍부터 한국 대중음악에 관심을 보여온 미국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은 2019년 블랙핑크에 이어 2022년 투애니원과 에스파를 초대했고 지난해 K팝 가수로는 처음으로 블랙핑크를 헤드라이너로 세웠다. 여기엔 2019년 서브 헤드라이너였던 블랙핑크의 공연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큰 화제를 모은 영향도 크다. 당시 코첼라 공연 직후 한 달간 소셜미디어에서 블랙핑크가 언급된 건수는 180만여 건으로, 헤드라이너였던 아리아나 그란데가 기록한 22만 건의 8배에 달했다.
이 같은 현상은 페스티벌 주최 측과 K팝 기획사들의 이해가 떨어진 결과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음악 팬의 관심이 다양하게 분화하면서 페스티벌 자체에 대한 팬들의 충성도가 낮아졌다"며 "페스티벌 주최 측이 흥행과 입소문을 위해 누구를 헤드라이너로 채워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K팝 음악가들이 눈에 들어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헤드라이너 출연은 K팝 가수에게도 상당한 실리를 안겨준다. 코첼라 헤드라이너 출연료는 400만 달러(약 53억 원) 안팎으로, 2만~3만 명 규모의 단독 콘서트를 했을 때 벌어들일 수 있는 티켓 매출액과 맞먹는다. 기념상품(굿즈) 판매 등 관련 매출을 더한 단독 콘서트의 전체 수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보다 적은 비용을 들여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대형 K팝 기획사 임원은 “세계적 스타들과 함께하며 명성을 높일 수 있고 K팝에 관심이 덜한 관객도 끌어들일 수 있는 확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K팝 스타들이 해외 거물급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국내 페스티벌 무대에선 더욱 만나기 어렵게 됐다. 국내·외 여러 음악가의 콘서트를 여는 공연기획사 임원은 “국내 페스티벌 규모에 비해 K팝 스타들의 출연료가 너무 높아 섭외 자체가 어렵다”며 “해외 페스티벌에선 출연료 외에 팝스타들과의 네트워크 쌓기 비즈니스 교류, 팬덤 확대 등 여러 이점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국내에선 어려워 출연을 꺼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