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심각한데 공보의마저 줄어...' 배 타고 의사 구하러 나선 울릉군수

입력
2024.03.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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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유일 의료원, 의사 확보 비상
공중보건의로 병원 겨우 운영 
병력자원 감소로 공보의 급감
정부에 "작년 수준 배치" 읍소
의료파업도 전공의 배치에 불똥

경북 울릉군수가 지역 유일 병원인 울릉군보건의료원에서 일할 의사를 구하기 위해 의료원장과 함께 배를 타고 육지로 나섰다. 도서벽지라는 열악한 근무여건 탓에 의사 20명 중 16명을 군 복무로 일하는 공중보건의사(공보의)로 채우는 형편인데, 올해는 병력자원의 급감으로 이마저도 채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남한권 울릉군수와 김영헌 울릉군의료원장은 26일 세종시 소재 보건복지부를 찾아 공보의 배치를 담당하는 건강정책국장을 만났다. 전날 7시간 넘게 여객선을 타고 바다를 건너 경북 포항 영일만항에 도착해 다시 자동차와 고속열차를 번갈아 타며 복지부를 방문한 남 군수와 김 원장은 올해 울릉군에 배정할 공보의 가운데 의과대학 출신 공보의를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으로 맞춰달라고 읍소했다. 현재 울릉군 공보의는 16명으로, 한의과 3명과 치과 1명을 제외하면 의과 공보의는 12명이다.

울릉군은 공보의가 3년마다 교체되는 다른 지역과 달리 공보의가 1년마다 교체되는 농∙어촌 지역이다. 해마다 신규 복무자가 배정되는 3, 4월이면 필수 진료과목 전문의를 구하느라 홍역을 앓는다. 올해는 병력자원 감소로 전체 배정 인원 자체가 줄어들게 돼 그야말로 초비상이 걸렸다. 더구나 의대정원 확대에 따른 의료파업 장기화로 올해는 신규 배치되는 공보의가 서울지역 대형 종합병원 등에 차출될 수 있는 점도 변수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의과대학 출신 신규 공보의는 2019년 662명에서 2020명 742명으로 늘었다가 2021년 478명으로 줄어들었고 올해는 그 절반 수준인 250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 군수는 “지난해에도 한 명 적게 배치돼 의료원 응급실을 겨우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서 더 줄면 병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주민들이 원하는 진료과목 공보의는 벌써 포기했고, 전체 인원만 작년 수준에 맞춰준다면 더는 바랄 게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울릉군은 공보의가 아니면 의사를 구하지 못할 정도로 의료 취약지대다. 지난 2년간 연봉 3억 원을 조건으로 9차례 공고를 낸 뒤에야 정형외과·가정의학과 의사를 확보했다. 내과 전문의는 몇 차례 공고에도 뽑지 못했고 우여곡절 끝에 1년짜리 공보의로 겨우 충원했다. 산부인과 전문의도 구하지 못해 결국 정부 지원 분만취약지사업으로 경북도 포항의료원 의사가 한 달에 한 번 배를 타고 들어와 원정진료를 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외과 전문의인 김 원장도 1주일에 한 번 행정업무를 제쳐놓고 환자를 돌보고 있다.

김 원장은 “울릉군은 재정자립도가 낮아 연봉을 많이 줄 수 있는 형편이 안 되는 데다 배를 타고 3~7시간이 걸리는 섬에 누가 일하러 오겠느냐”며 “공보의 수마저 줄어들어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파격적인 혜택을 주지 않는 한 의료 공백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울릉= 김정혜 기자
세종=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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