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에서만 뛰던 셔클, '실증' 끝내고 세종신도시 전역서 달린다

입력
2024.03.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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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시행 '이응패스' 플랫폼 윤곽
'1·2생' 셔클, 신도시 전역서 운행
버스노선 늘리고 차량 30% 확대
택시 강제배차·신도시에 신규면허
세종시, 대중교통 모델도시 '노크'

세종시의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는 대중교통 불모지나 다름없다. 수십 개의 버스 노선이 있지만 배차 간격이 길고 노선이 꼬불꼬불해 시민들의 외면을 받는다. 세종시의 버스 수송 분담률은 7.0%로 서울(23.8%)은 물론 광주(16.3%), 울산(15.7%) 등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많은 시민들이 승용차를 끌고 나오면서 출퇴근 시간엔 곳곳에서 정체현상이 빚어지고, 비라도 내리면 여기저기서 ‘도대체 누가 도시를 이렇게 만든 거야?’라는 푸념이 터져 나온다. 고질적 대중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세종시가 대중교통 체계 개편에 나섰다. 최민호 시장이 공약한 ‘국내 최초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 정책을 수정해 9월 시행하는 ‘이응패스’를 통해서다.


셔클 '신도시 전역' 서비스

정수호 세종시 대중교통과장은 26일 “건설이 진행 중인 신도시 특성상 2030년 도시 완공 전까지는 완벽한 대중교통체계를 갖추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시시각각 변하는 도시 모습에 대응할 수 있는 교통 시스템을 이응패스 플랫폼과 묶고 있다”고 말했다. 이응패스는 2만 원을 내면 5만 원이 충전되는 정액권으로, 현재 개발 중인 통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세종시민이 이용하는 모든 버스(관내, 관외 포함)와 공영자전거(어울링), 수요응답형 미니버스(셔클, 두루타)를 이용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셔클의 서비스 영역 확대다. 현재 금강 이북 일부 지역(1, 2생활권)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셔클 서비스 지역이 6개 생활권 전역으로 확장된다. 셔클은 수요응답형 커뮤니티 모빌리티 서비스로 정해진 노선 없이 승객이 앱으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찍으면 미니버스(쏠라티)가 배차된다. 시 관계자는 “세종 신도시에 적합한 교통수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시내버스가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을 운행하면서 노선버스와 택시의 빈 공간을 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7월부터 운행 차량은 기존 30대에서 40대로 늘어나고, 막차 시간도 오후 9시 30분에서 자정으로 연장된다.

두루타ㆍ택시 늘리고 강제 배차

신도시에서 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되는 택시 잡기도 좀 더 용이해진다. 국토교통부와의 협의를 통해 현행 438대인 택시를 하반기에 506대로 늘리기로 했다. 작년엔 26대만 증차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인구 대비 택시가 부족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택시 차고지가 멀리 떨어진 조치원 지역이라 신도시에선 더 잡기가 어려웠다”며 “신규 면허는 신도시에서 발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앱으로 호출해도 짧은 거리에는 택시 기사들이 응답하지 않는 문제 해결을 위해 ‘세종통합콜’ 앱에서 차량을 강제로 배차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세종시의 택시 1대당 인구는 894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탑승객이 많지 않은 시골 마을에 셔클과 비슷한 수요응답형 마을버스(승합차)인 두루타(DRT)를 단계적으로 증차한다. 세종시 관계자는 “작은 마을에서 면사무소, 보건소, 복지관 등 지역거점 이동에 타는 대중교통”이라며 “추이를 봐가며 더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버스노선 편성 확대, 버스도 증차

다른 광역시와 달리 세종에는 지하철이 없다. 이 때문에 세종시가 2030년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선 버스 이용률을 높이는 게 필수다. 이를 위해 우선 꼬불꼬불한 59개의 노선이 직선 중심의 71개 노선으로 개편되고, 늘어나는 노선에 투입되는 버스는 현행 298대에서 404대로 대폭 늘어난다. 세종시는 현재 2개인 관내 운수사업자를 3개로 늘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또 대전시를 오가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환승할인(무료환승) 지역이 인접한 청주와 공주로까지 확대된다”고 말했다. 이 경우 현행 7%인 버스수송분담률이 10%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시는 내다보고 있다.

김성기 세종시 기획조정실장은 "승용차 이용과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 정책이 비록 우리 시에선 현재 여건이 안 맞아 좌절했지만, 대중교통 활성화를 통한 탄소중립 노력은 세계적 추세"라며 "이응패스 플랫폼을 해외 다른 도시도 부러워하는 모델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정민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