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0년 뒤 바이오 생산 규모 200조원 달성"... 전문가 "민간이 주도해야"

입력
2024.03.2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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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토론회서 첨단 바이오 전략 발표
충북 오송 중심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카이스트 오송캠, AI 바이오 영재학교
기존 나온 계획 되풀이... 예산도 미정

정부가 2035년까지 국내 바이오 생산 규모를 현재의 5배가량인 200조 원으로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바이오에 인공지능(AI), 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6일 '첨단 바이오의 중심에 서다, 충북'을 주제로 한 스물네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첨단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정책들을 망라한 '대통령 첨단바이오 이니셔티브(initiative·계획)' 방향을 제시했다. 첨단바이오 이니셔티브는 첨단바이오를 반도체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삼고, 국내 바이오 생산 규모 200조 원까지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AI 활용 신약개발, 디지털 치료제, AI 융합 첨단 의료기기 등 디지털 기술과 바이오가 결합한 '디지털 바이오'에 전폭적으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이날은 주요 방향만 공개했고, 오는 7월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같은 첨단바이오 육성 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집적지로 정부는 충북을 선택했다. 충북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를 교육·연구기관, 바이오 기업, 병원 등이 입주하는 'K바이오 스퀘어'로 조성한다. 또 첨단바이오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오송캠퍼스 설립을 추진하고, 2027년엔 카이스트 부설인 AI 바이오 과학영재학교가 문을 연다. 충북은 앞서 첨단재생바이오 분야 글로벌혁신특구로 지정됐고, 손상된 세포나 유전자를 재생해 질병을 치료하는 첨단재생바이오 기술 실증사업이 이곳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바이오와 디지털 기술의 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첨단바이오의 기반이 될 '바이오 데이터'와 관련해선 보다 구체적인 방법론이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상엽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정부가 바이오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방향성에는 동의하나, 바이오 데이터는 종류가 다양하고 이질적이다"라면서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를 취득하고 활용할 것인지 세부적인 방법론이 연구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처럼 국내 기업들의 바이오 생산 규모를 크게 확대하기 위해선, 관(官) 주도적으로 산업을 육성하려 하기보단 민간 기업의 연구개발(R&D)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 및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은 "이미 국내 바이오는 R&D 단계에서 산업의 영역으로 넘어왔다"면서 "정부가 할 일은 R&D 투자나 산업 지원뿐 아니라, 기술발전 속도와 궤를 같이하는 확실한 규제의 선진화"라고 강조했다.

총선 전 마지막으로 열린 이번 민생토론회에서 제시된 첨단 바이오 정책들은 대다수가 이미 여러 경로로 발표됐던 내용들이다. 구체적인 진전이나 새로운 방안 없이 기존 계획을 민생토론회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표심을 공략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여전히 적지 않다. 특히 대규모 지역 개발과 신규 기관 설립 등에 필요한 재원 확보 방안도 불투명하다.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예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니셔티브에 대한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상세한 내용들을 기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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