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향하는 대만 마잉주... 9년 전 '시마 회담' 재현될까

입력
2024.03.26 15:20
친중파 거물 마잉주 내달 1~11일 중국 방문
방중 일정에 지난해 없었던 '베이징' 포함
시진핑, 마잉주 만나 라이칭더 견제 나설 수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만 내 마잉주 전 대만 총통 간 9년 만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을지에 중화권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 전 총통은 친(親)중국 성향의 제1야당 국민당의 거물급 정치인이다. 중국이 독립주의 성향이 짙은 라이칭더의 대만 총통 취임을 앞두고 친중파 거목인 마 전 총통에게 힘을 실어 라이 정권 견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26일 대만 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마 전 총통은 내달 1~11일 대만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 광둥성·산시성· 베이징 등을 방문한다. 지난해 3월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중국을 찾아 조상 묘를 참배했던 이른바 '성묘 여행'을 한 데 이어 2년 연속 중국을 찾는 셈이다.

대만 연합보는 마 전 총통의 중국 내 일정 중 베이징이 포함돼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방중 당시 마 전 총통은 신해혁명 발상지인 우한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국민당 수도였던 충칭 등을 방문했지만 수도 베이징은 들르지 않았다. 반면 이번 일정엔 베이징이 포함돼 시 주석과의 회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뜻이다.

차기 정권 견제, 국민당에 재차 힘 실어줄 듯

마 전 총통의 총통 재임 기간이었던 2015년 11월 두 정상은 싱가포르에서 1949년 분단 이후 66년 만에 양안 간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사람의 이름을 따 '시마(習馬) 회담'으로 불린 이 만남에서 시 주석은 "우리는 물보다 진한 피가 섞인 가족"이라며 적극적으로 화해 무드를 연출했다.

당시는 14대 총통 선거를 앞두고 민진당 측 후보인 차이잉원(현 총통)의 당선 가능성이 점쳐진 시점이었다. 국민당이 열세인 상황을 뒤집기 위해 양안 정상회담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던 셈이다.

이번 마 전 총통의 중국 방문은 오는 5월 라이칭더 당선인의 취임에 앞서 이뤄진다. 이미 '민진당 정권 4년 연장'이 확정됐다는 점에서 2015년과 다르지만, 차기 라이 정권을 견제하고 국민당에 재차 힘을 실어주기 위해 마 전 총통과의 재회 카드를 사용할 개연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양안관계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 "두 사람 간 두 번째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민진당 정권, '사적 회동' 강조

대만 민진당 정권도 마 전 총통의 방중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린위찬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전날 "마 전 총통의 방중 일정상 안전에 필요한 협조에 나설 것"이라며 "마 전 총통의 '개인 일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마 전 총통이 중국 측 정부 인사 누구를 만나든 사적인 회동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반해 국민당 측은 "최근 '진먼다오 중국 어민 사망 사건' 등으로 양안 갈등이 고조된 시점에서 이뤄지는 마 전 총통의 이번 방중이 양안 간 평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연합조보는 전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