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미국에 불만을 숨김없이 드러냈고, 줄곧 이스라엘 편에 섰던 미국도 서운한 티를 감추지 않았다. 꿍꿍이가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더 못 믿겠다는 눈치다. 25일(현지시간) 미국의 기권 덕에,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처음 성사된 휴전 촉구 결의안 채택의 파장이다.
미국이 휴전 결의안을 거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가자지구 라파 지상전 협의를 위한 고위급 대표단 미국 파견 결정을 철회했다. 미국 백악관은 당혹감과 불쾌감을 드러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혹스럽다”면서도 “(결의안 기권이) 정책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총리실이 불필요하게 (양국 간에) 이견이 있다는 인상을 주려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골칫거리는 네타냐후 총리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국내 정치적 이익을 챙길 의도로 인위적 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게 백악관의 인식”이라고 보도했다. ‘전략적 분노’라는 것이다. 한 미국 관리는 악시오스에서 “그는 일부러 미국과 싸우려 한다”며 “지금껏 이스라엘을 전폭 지원한 파트너를 대하는 웃기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 허용만으로도 정치적 입지를 상당 부분 상실한 네타냐후 총리가 정권을 연장할 명분은 전쟁 지속과 승리뿐이다. 그런 이유로 그가 내각의 급진 우파 위주 재편을 시도한다는 게 미국의 의심이다.
결의안을 기권으로 묵인하기에 앞서 백악관은 이스라엘 총리실에 미리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의에 구속력이 없는 데다 기권이 미국의 정책 변화도 아니라는 게 백악관 설명이었다. 특히 구속력이 없다는 해석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한 선택이었다. 15개 이사국 중 미국만 뺀 나머지 나라가 모두 찬성한 결의안을 폄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 총리실은 양국 간 균열을 부각했다. 결의 직후 성명을 통해 “인질 석방 조건이 없는 휴전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전쟁 내내 미국이 유지하던 입장과 배치된다”고 공개 주장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이스라엘 보수 매체 ‘이스라엘하욤’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조 바이든 대통령을 모두 공격했다.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고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네타냐후 총리에게 경고했고,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는 “바이든 탓에 (작년 10월 하마스) 공격이 발생했다.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하마스는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안보리 휴전 결의를 반겼다. 결의안 채택 직후 성명을 통해 “안보리에 감사한다”며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즉각 교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인종 청소 목적의 전쟁을 중단하도록 안보리가 점령 세력을 압박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