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산 시대를 살고 있는 성인 남녀들은 자녀가 기쁨을 주고 정신적 성장을 이끈다고 여기면서도 육아 비용과 아이의 미래에 대해서는 강한 두려움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양가감정 속에 미혼 여성 5명 중 1명, 미혼 남성 7명 중 1명은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지난해 10월 23일부터 11월 13일까지 전화 면접 방식으로 전국의 가임기(20~44세) 남녀 2,000명(미혼·기혼 남녀 각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1차 국민인구행태조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저출산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들여다보기 위해 서구 국가들이 사용한 결혼 및 자녀 가치관 같은 항목을 중심으로 저출산 과정의 인식과 실태에 초점을 맞춘 첫 조사다.
응답자들은 결혼을 통해 얻는 긍정적 가치를 '관계적 안정감'(89.9%), '전반적 행복감'(89.0%), '사회적 안정'(78.5%), '경제적 여유'(71.8%) 순으로 꼽았다. 관계적 안정감은 여성(기혼 91.5% 미혼 91.1%), 전반적 행복감은 남성(기혼 90.1%, 미혼 90%)에게서 높게 측정됐다.
자녀에 대한 가치관은 개인 성취, 부부 유대, 비용, 성장환경 측면으로 구분했는데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인식이 충돌하는 양상을 보였다. 대부분 '자녀를 키우며 정신적으로 성장'(92.3%), '자녀의 성장은 인생의 가장 큰 기쁨'(83.0%), '부부 관계를 안정적으로 만든다'(82.7%)에 동의하는 동시에 '성장기에 비용이 많이 든다'(96.0%), '여성의 경력에 제약'(77.6%), '부모의 자유에 제약'(72.8%) 등의 우려도 드러냈다. 성장환경에 대해서도 '자녀들이 겪게 될 미래가 걱정'(88.8%)이라는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평균 희망 자녀 수는 기혼 남성(1.79명), 기혼 여성(1.71명), 미혼 남성(1.63명), 미혼 여성(1.43명) 순으로 어느 경우도 2명에 미치지 못했다. 무자녀를 희망하는 비율은 미혼(여성 21.3%, 남성 13.7%)이 기혼(여성 6.5%, 남성 5.1%)보다 높았다. 이 같은 가임기 인구의 가치관은 현재의 초저출산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출산 후 자녀를 키울 때 가장 이상적인 육아휴직 방식으로는 '엄마와 아빠 반반씩 사용'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미혼 여성(77.2%)이 가장 선호했고, 기혼 남성도 10명 중 6명(60.6%)이 반반 육아휴직을 이상적인 방식으로 꼽았다.
오는 7월 첫 시행을 앞둔 '보호출산제'는 응답자의 72.1%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보호출산제는 미혼모 등 위기임산부가 익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아이를 낳으면 정부가 책임지는 제도다.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은 "이번 조사는 가임기 인구의 가치관과 태도가 저출산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들의 변화가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저출산 대책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