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다니지 마" 경고에도 세 번 찾아간 전 연인... 대법 "스토킹 무죄"

입력
2024.03.26 13:13
"관계 회복 및 변명 위한 이유 있고
 불안감·공포심 유발할 수준도 아냐"

헤어진 연인의 명백한 '거절' 연락을 받고도 수차례 쫓아다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가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공포심 및 불안을 유발하는 집요한 스토킹과 해명 등을 위한 단순 접근 행위는 구별돼야 한다는 취지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29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엔 스토킹행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A씨는 2022년 12월 부산 소재 한 대학에서 헤어진 전 연인 B씨를 세 차례 따라다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의 수업 도중 쉬는 시간에 다가가 말을 건 A씨는 이후 사무실로 이동하는 피해자를 따라갔다. 학교 앞에서 기다리다, B씨의 퇴근길에 또다시 접근하기도 했다.

B씨는 그 전날 "따라오는 것 같아 굉장히 불쾌했고, 계속 그러면 차단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 당일에도 만남을 거부할 뜻을 밝힌 점 등을 근거로 경찰에 A씨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없이 지속∙반복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1심에선 벌금 200만 원이 선고됐다. 2심은 그러나 A씨 행위가 불안감을 느끼게 할만한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무죄 판단을 내렸다. 두 사람이 그간 만남과 이별을 반복했고, 사건 당일에도 A씨가 두 사람 간 관계 회복을 위해 대화하거나 변명하기 위해 따라가는 등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따라다닌 것이 일정 시점에 3회에 그쳐, 이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A씨가 위협적 행동을 한 사실은 없고, 오히려 피해자가 먼저 연락을 해 사과를 요구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춰 공포심을 유발할 정도라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 논리가 옳다고 보고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같은 학교에 근무하던 사이로 헤어진 뒤에도 최소한의 만남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문자메시지에 억울함을 느껴 공소사실 행위를 하는 등 전후 사정을 종합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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