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과 OCI의 통합에 반대해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사장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합병을 둘러싼 법적 논란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한미약품 모녀와 두 아들 간 경영권 분쟁의 향방은 28일 있을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법원의 가처분 기각이 주총 표 대결의 '캐스팅 보트'인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26일 수원지법 민사합의31부는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 측이 한미약품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에 대해 기각을 결정했다. 임종윤·종훈 사장은 한미사이언스가 유상증자를 통해 OCI에 주가를 넘기는 통합 과정에 반대하며 법적 분쟁에 돌입한 바 있다.
재판부는 기각 이유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의 경영권 또는 지배권 강화 목적이 의심되기는 하나, 2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투자 회사 물색 등 장기간에 걸쳐 검토한 바 있고, 내용과 과정을 볼 때 이사회 경영 판단은 존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권 방어의 부수적 목적이 있더라도 현저히 불공정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신약개발과 특허 등에 투여되어야 할 투자 상황 등을 볼 때 운영자금 조달의 필요성과 재무구조 개선 및 장기적 연구개발(R&D) 투자기반 구축을 위한 전략적 자본 제휴의 필요성이 존재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개인의 상속세 재원을 위한 통합이 타당하냐에 대해서는 "(개인과 회사 거래가 한 번에 이뤄지는) 패키지 딜이 오로지 송 회장 등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이고 다른 주주에게는 불이익의 원인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이와 같은 형태의 거래가 이사의 충실의무에 부합하는 결정인지는 향후 주총에서 이사진 선임 등의 과정을 통해 주주들의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장·차남 측은 즉각 항고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즉시항고로 다투고, 본안소송을 통해서도 이 결정의 부당성에 관하여 다툴 것"이라며 "주주 여러분의 평가에 의해 회사의 위법한 상황이 시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 측은 상장회사의 실무와 제약업계의 현실까지 두루 고려한 훌륭한 판단이라며 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한미약품의 법률 대리인 화우는 “재판부는 송 회장 등의 구주 매각이 사적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주주들의 상속세 부담으로 인한 오버행(잠재적 대규모 매도 물량) 이슈와 이로 인한 주가 급락 등 회사의 안정적 경영과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일단 법적 논란 문턱은 넘었지만, 경영권 분쟁의 최종 승부는 오는 28일 주총 표 대결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앞서 송 회장 측은 32.95%, 장·차남 측은 25.86%의 지분을 확보한 가운데, 개인 주주 중 최대 지분(12.54%)을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장·차남 지지를 선언하자 OCI와 통합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 나머지 국민연금(7.62%)과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따라 이사회 구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장·차남을 사장직에서 해임한 송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송영숙에게 모든 걸 맡기고 떠난다'고 했던 임성기(한미약품 창업주, 송 회장의 남편)의 이름으로, 나는 오늘 임주현을 한미그룹의 적통이자 임성기를 이어갈 승계자로 지목한다"고 선언하며 마지막 표심 잡기에 나섰다. 그는 "신 회장의 결정을 남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가슴이 찢어지는 심정"이라며 "결국 두 아들의 선택은 해외 자본에 아버지가 남겨준 소중한 지분을 일정 기간이 보장된 경영권과 맞바꾸는 것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