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을 겪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숨통이 트였다. 법원이 민사 소송 항소심 공탁금을 대폭 깎아 주고 우회 상장한 회사 주가도 폭등한 덕이다. 하지만 모든 형사 재판을 올 11월 대선 뒤로 보내려던 지연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며 결국 내달 중순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첫 미국 대통령이 될 전망이다.
미국 뉴욕주(州) 항소법원은 25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탁금을 4억5,400만 달러(약 6,100억 원)에서 1억7,500만 달러(약 2,300억 원)로 낮췄다. 자산 가치를 부풀려 대출을 받고 이익을 챙겼으니 벌금으로 토해 내라는 지난달 민사 재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벌금만큼의 공탁금을 댈 현금이 모자랐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산 압류 위기를 벗어난 것이다.
법원 결정 이후 그는 자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법원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법원이 그에게 “‘생명줄’을 내려 줬다”고 평가했다. 벌금액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아담 폴록 변호사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항소법원이) 1심 판결이 과하다고 인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산상 호재는 또 있다. 이날 공탁금 경감 뒤 기업인수목적회사 ‘디지털월드애퀴지션(DWAC)’의 주가가 35%나 뛰었다. DWAC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든 SNS ‘트루스 소셜’의 모회사 ‘트럼프미디어앤드테크놀로지그룹(TMTG)’과 합병한 회사다. 26일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 이름 이니셜인 ‘DJT’라는 종목 코드로 나스닥 시장에서 거래된다. 주가 급등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의 적극 매수와 공탁금 축소에 따른 주식 조기 매각 우려 해소가 맞물린 결과라는 게 시장분석이다.
그가 가진 지분 60%는 가치가 30억 달러(약 4조 원)를 웃돈다는 게 시장 평가다. 자산이 64억 달러(약 8조5,000억 원)로 불게 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계 500대 부자 대열에 처음 합류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내다봤다.
그러나 그에게 좋은 일만 생긴 것은 아니다. 후안 머천 미국 뉴욕 맨해튼지방법원 판사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의혹 사건 관련 심문을 진행한 뒤 4월 15일 재판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이 뒤늦게 제출한 증거 문서 양이 방대해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내정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전에 유죄 판결을 받지 않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날 법원에 출석한 그는 심리 종료 뒤 기자회견에서 “선거 운동 한가운데에 재판을 어떻게 받으라는 것이냐”고 불평했다. NYT는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결정(공탁금 삭감)이 이뤄진 지 한 시간 만에 불리한 결정이 뒤따랐다”며 “재집권 가도에 놓인 법적 문제가 아주 광범위하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그는 4개 건으로 형사 재판에 넘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