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다양한 방식으로 어린이들에게 해를 끼친다."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주(州) 주지사는 25일(현지시간) 아동의 SNS 사용 제한 법안에 서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서는 SNS가 청소년의 필수품이 된 만큼, 그 유해성에 대한 우려도 드높다. 미국 각 주에서 SNS 사용 연령 제한 시도가 늘어난 배경이다. 다만 SNS 제한은 저연령층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는 반론도 끊이지 않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디샌티스 주지사는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SNS 사용 제한 내용을 담은 '미성년자 온라인 보호 법안(HB 3)'에 서명했다. 내년 1월 1일 발효될 이 법안에 따르면 13세 이하 어린이는 SNS에 가입할 수 없고, 14·15세는 부모 동의를 받아야만 SNS 계정을 개설할 수 있다.
미국 사회에서는 'SNS가 아동의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지난해 5월 미국 보건복지부(HHS)는 성명을 통해 "SNS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다는 증거가 많다"고 경고했다. HHS에 따르면 하루 3시간 이상 SNS를 사용한 청소년은 우울, 불안 등 부정적 정신 상태를 두 배로 많이 겪는데, 미국 10대의 하루 평균 SNS 이용 시간은 3.5시간에 달했다. 지난 1월에는 미국 의원들이 SNS 플랫폼 수장들을 청문회에 불러 모아 "당신들에겐 사람을 죽이는 무기가 있다"며 SNS의 유해성을 규탄하기도 했다.
아동의 SNS 사용을 제한하려는 시도도 부쩍 늘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노스캐롤라이나대 기술정책센터 보고서를 인용, "지난해 13개 주에서 관련 법률 23개가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계정 신원 인증 의무화, 부모 감독 강화 등 내용을 담은 법률들이다. 전국 주 의회 회의(NCSL) 집계에 따르면 올해도 같은 취지의 법안 140개가 30개 주에서 계류 중이다.
그러나 SNS 규제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천명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SNS 기업 연합체 '넷초이스'는 미성년자의 SNS 이용을 제한하는 법률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①기업이 정보를 자유롭게 배포할 권리와, ②미성년자가 정보를 획득할 권리 두 가지 측면에서다.
실제로 미국 법원은 미성년자의 SNS 장벽을 높인 법안에 '위헌 가능성'을 들어 제동을 걸었다. 오하이오주는 16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개설에 부모 동의를 의무화했지만, 지난 2월 오하이오주 남부연방지법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법안 효력을 중지시키는 '예비 금지' 명령을 승인했다. 아칸소주에서도 미성년자가 SNS 계정을 만들 때 부모 동의를 받도록 법을 제정했지만 아칸소주 연방지법은 위헌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법령 효력을 중지시켰다.
플로리다의 'HB 3' 법안에도 같은 지적이 나온다. AP에 따르면 이날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의 주 정책이사 카라 보엔더는 성명을 통해 "(SNS 제한이) 어린 사용자의 수정헌법 제1조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 법은 모든 미국인에게 허용된 '온라인 정보 접근'을 원하는 젊은 층에게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