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20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잇달아 터진 전례 없는 경제 위기는 각국 중앙은행에 도전적 과제를 안겨 주었다. 한국은행도 마찬가지였다.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유동성 공급'과 '금리인상'이라는 냉·온탕을 오가는 거시정책을 펴면서, 급격한 정책 전환에 따른 부작용을 미시적으로 보완하는 이중 책무를 수행해야 했다.
서영경 금통위원은 2020년 4월 21일 부임해 0.5%의 초저금리기(~2021년 7월), 루트(√) 모양처럼 가파른 3%포인트 금리인상기(2021년 8월~현재)의 최전선에 섰다. 다음 달 20일 퇴임을 앞둔 그는 26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 2층에서 열린 퇴임 간담회에서 '팬데믹 위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통화정책 경험과 과제' 논고를 발표하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한국 경제는 현재 고물가와 금융 안정이라는 상충 문제에 직면해 있다. 고물가는 높은 수준의 금리로 제어해야 하지만, 고금리가 지속되면 원리금 상환 부담에 대출을 갚지 못하는 부실 위험이 증가한다. 게다가 1년 넘게 이어진 초저금리 시대 폭증했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 주택담보대출 수요는 연체율 상승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서 위원은 그러나 "초저금리 유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이날 밝혔다. 그는 "경제 성장률이 2020년 마이너스(-)0.7%로 외환위기 이후 처음 마이너스를 나타낸 데다 변종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불확실성이 너무 컸다"고 부연했다. 얼어붙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낮춰 돈의 흐름을 만들어야 했다는 얘기다.
대신 2021년 8월 주요국 중앙은행 중 처음 금리 인상을 단행해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에 대응했다"고 밝혔다. 그는 2021년 10월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상승을 이유로 금리인상 소수 의견을 내기도 했다. 서 위원은 선제 인상 덕분에 "(고물가 시기) 점진적 금리인상이 가능했고 물가압력도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봤다.
유연한 정책 대응도 '물가-금융 안정 상충 문제' 해결에 유용했다고 자부했다. 2022년 11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유동성이 급격히 메말랐을 때, 한은은 환매조건부채권(RP)을 사들여 시중 유동성을 공급했다. 긴축 정책과 배치된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으나 서 위원은 "보완적 역할이 크다는 점을 근거로 지지했다"고 밝혔다.
서 위원은 올해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향후 집중해야 할 문제로 '가계부채 관리'를 언급했다. 그는 "현재는 실질금리가 양(+)인 상황으로 통화정책의 정상화(금리 인하)가 금융불균형을 초래하는 정도는 당장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금리가 하락할수록 비선형적(여러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경제 주체들의 미래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지 않도록 커뮤니케이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DSR)1 정책을 강화하고 예외 대상을 축소해 대출 수요 증가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